글 수 762

저자/정연주
출판사/영언문화사

당돌한 신참 여배우 민채경 VS 냉혈한 영화 제작자 김하원
불꽃처럼 열정적인 여자와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한 남자 스캔들 내다!
“여자친구 있어요? 관심 있거든요. 당신이랑 사귀어봤어면 좋겠어요. 그래서 거절할 건가요?”
사랑에 빠진, 성격급한 여자의 당돌한 일격!
“언제나 이런 식으로 남자를 유혹합니까? 툭 까놓고 말하죠. 당신의 몸에 소유권을 가지고 대가로 내가 지불해야 하는 조건이 뭡니까? 여주인공 자립니까? 날 어떻게 해보려는 것보다는 대본을 한번 더 보는 게 이로울 겁니다.”
이 여자를 믿기 힘든, 냉철한 남자다운 대답!


출판되기 전부터 채경이란 캐릭터가 꽤나 마음에 들어 기대했던 작품이다. 최근에 많이 등장한 천방지축 여주인공들의 모습에 비견할만 하나 일단은 천방지축에 개연성이 있어 더 마음에 들었다.

성공을 위해 가정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애증으로 뭉친 채경은 당돌하면서도 저돌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영화배우로써 당당히 홀로서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나해석에 대한 영화 '불꽃'의 제작을 맡고 있는 회사의 사장이자 답답하리만치 말이 없는 남주 하원. 채경과 대비되는 캐릭터를 지니고 있어 그 둘의 실랑이는 제목처럼 스파크가 튀는 듯 느껴졌다.

저자 정연주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몇 개 접한 바가 있는데 대부분은 정형적인 패턴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와 갈등 과정에 있어 작가나름의 변화를 주고 있어 심심하다 느껴지진 않는다. 이번 작 <불꽃처럼> 역시 그랬고 때문에 다 읽고 난 후 재미있다 라고 중얼거렸다.

한데 뭔가가 부족하다 싶었다. 읽은지는 꽤 되는데도 생각을 거듭하느라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실 절대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2%가 부족한 듯 느껴지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곰곰이 고뇌를 한 끝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를 이끌어냈다.


1.캐릭터가 살아있으돼 과장된 면이 있다.

작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 했다. 때문에 연재보다 조금 더 과격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여주에 대한 애정, 나해석이라는 불운한 삶을 살다간 여성의 일대기와 여주를 교차시키는 장면, 제목처럼 불꽃처럼 화려하게 피어오르기만 하는 여주...그 모든 것을 조합해 볼 때, 분명 캐릭터의 승리이긴 하지만, 완벽하기 그지 없는, 모든 것에 당당한 캐릭터는 결국 독자들에게 '동조'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로맨스에서 여주인공이란 아주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독자들이 아무리 남주인공의 카리스마에 목을 맨다고 해도 정작 감정적인 이입을 진행시키는 건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워하는 여주이다. 채경도 물론 고통스러워한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고,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다. 되바라진 성격 탓에 주위 사람들에게도 평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욕을 먹지 않는다. 주목을 받고 화끈한 성격이다란 평을 듣기는 하지만 큰 실수나 사고를 친 적은 없다. 겉으로 표현되는 성격이 되바라진 것이지 그녀가 하는 말은 구구절절 옳다. 그래서 혹평을 받지는 않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완벽한 남자를 손쉽게 손에 넣는다. 또한 연기력도 우수하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

예쁘고, 재능있고, 똑똑하고, 당당한 여성은 보기엔 멋지지만, 부럽고 질투나지만 '나'를 대입시키기란 곤란함이 있다. 되려 나해석이란, 보수적인 사회에서 성장한 또다른 채경에 더 시선이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캐릭터에 우수성을 심어주고 싶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인간적인 면 역시 부여해줘야했다. 너도 사람이구나 싶을 정도의 단점 역시 부여를 했어야 했단 소리다.

또한 그녀가 아무리 당당한 직업을 가진 여성이라 할지라도 일단 결혼을 했다면 시부모에게 지킬 예의라는 것이 있다. 이건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시어머니에게 쏘아붙이는 장면은 자못 눈쌀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버릇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이게 인간적인 단점은 될 수 없다. 그건 너무 똑똑하고 예쁘고 당당한 여성이기에 내가 감히 못하는 걸 해버리는-일종의 질투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농후하다. 말그대로 환상. 현실에서는 절대 있기 어려운 캐릭터, 소설에서만 그려지는-즉, 과장되게 그려진 캐릭터 그 때문에 글을 눈으로 쫓으면서도 소설에 푹 파묻혀 감정을 일깨우지는 못한 듯 하다. 불행히도 로맨스는 감정을 들었다 놨다 해야만 만족감이 드는 소설이다.


2.갈등의 구조를 명확히 짚어주지 않았다.

본격적인 갈등은 결혼 후에 이루어진다. 하원이 그녀의 직업에 질투를 느끼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사랑하나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채경은 그가 거리감을 두자 먼저 포기를 한다. 사귈 때와 달리 행동하는 채경으로 인해 하원은 더욱 더 질투에 시달린다. 결국 이혼이라는 카드를 건넨 하원은 다음날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일본으로 로케이션을 떠난 채경에게 진저리를 친다.

이렇게 간단히 설명하면 갈등 구조가 보인다. 아쉽게도 이는 유추의 결과물이다.

갈등 장면은 있다. 하지만 설명이 없다.

채경이 아주 뜬금없이 사랑에 대해 포기하는 버릇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처음 저돌적으로 사귀자고 나왔던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하원이 채경의 직업으로 인해 질투를 하는 장면은 나온다. 단 몇 줄로. 채경이라는 여주에게 혼신을 기울이느라 하원이라는 또 다른 주인공은 그늘에 가려져 변변한 심리 묘사 장면 하나 등장하기가 힘들었는 듯 하다. 물론 이는 나해석 때문이기도 하고.

로맨스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남자만의 사랑이야기도 하니고, 여자만의 사랑이야기도 아닌 둘의 이야기이다. 한쪽이 선명하면 당연히 한쪽은 가려질 수밖에 없다. 둘을 동시에 비춘다는 건 힘든 일이긴 하지만 최소한 그때 그때 심리적 변화가 있을 즈음에는 반드시 개연성을 명확히 심어주고 넘어가야 한다.

작가가 어떤 장면을 설정해둔다고 해도 심리적 묘사를 극도로 자제하면, 독자는 그 장면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고 만다. 이런 것은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될, 적당히 느끼고 넘어갈 부분으로 국한해야한다. 아주 중요한, 로맨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 설정은 '감정의 변화' 이다.

하원이 어째서, 무엇 때문에 채경의 행동이 못마땅했는지 확실히 짚어 넘어갔어야 했다는 소리다. 물론 나오기는 하지만 장면이 확실하지 않고 흐릿하게 지나가고 말아, 자칫 놓치고 말 여지가 있었다. 짙은 점을 찍었어야하는 걸 옅은 점만 찍고 말았다고나 할까?

게다가 후반부로 가서 채경의 감정적 변화가 너무 급격해 한창 고조되던 갈등이 흐지부지 무너진 듯 여겨지기도 했다. 아주 못알아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아서 개연성 면에서는 미흡하다 싶었다는 말이다.

조금 더 세밀하게, 특히 남주의 감정적 변화에 대해 독자들이 따라갈 수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었더라면 그렇다면 충분히 가슴 절절해 하며 읽고 만족스럽게 책을 덮을 수 있지 않았을까...그런 아쉬움이 든다.


결국 위의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재미있다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요약하고 보니 별것 아닌 듯 보이기도 하지만, 캐릭터와 심리적 개연성에 대한 부분은 로맨스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첫작인 <달콤한 복수>에 이어 참으로 오랜만에 나타난 출판작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얼마나 많은 발전을 거듭했나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그녀만의 색체를 지닌, 조금은 가슴 뜨겁고 매혹적인 로맨스를 들고 나와 내 기대를 100% 충족시켜주길 개인적으로 고대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김선하 그랬군요, 코코님 리뷰를 보고 저는 공감이 가는부분이 여주가 다들 당차고 똑똑하다고 하는데 가까이 느껴지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하고 차라리 나해석의 두각이 버거웠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랬는데...그게 제 취향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말았거든요. <잠정의 변화>지목에 대해서는 배우고 갑니다.이래저래 해도 역시 여배우와 스폰서의 사랑은 매혹적이더군요. 2004-01-17 X

정크 딴 건 다 차치하고, 하원은 무너지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냉철하다느니, 능력있다느니 해놓고 마지막에는 아이큐 80도 안될 듯한 멍청함을 보여주는 남주들을 보면 속이 갑갑해져서ㅡ; 제가 본 몇 안되는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인간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코코님이 말씀하셨듯이 중간의 끊어진 감정선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2004-01-17 X

청 코코님의 리뷰를 보니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4-01-17 X

jewel 안겹치게 볼려고 해도 왜 겹치는 거냐곳 !( 얼마전에 읽고 리뷰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언니의 30자 평이뜨더군) 2004-01-23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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