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제목 : [로맨스]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  

번호 : 85     /    작성일 : 2004-01-08 [17:56]

작성자 : 수룡      


국내와 (번역된) 국외의 모든 로맨스 소설을 (아마도) 다 읽어본, 읽은 양만큼이나 작품을 제대로 판단할줄 아는 (가끔 나랑 의견이 다르곤 하지만, 어쨌든) 나의 언니님이; 이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를 읽고 내린 첫평가는 딱 한 마디였다.

"속편 내려고 쓴 거다."


언니는 이지환 작가를 상당히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의 여주 가린의 부모님 이야기를 다룬 '그대가 손을 내밀때'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래서 책이 품절되서 구할 수 없게 되자 대여점 아주머니를 꼬드겨서 대여점에 있는 너덜너덜한 책이라도 사려고 했던 사람으로;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가 출판되자 함께 재판(6판?)된 '그대가 손을 내밀때'를 간신히 구했을 때 참 좋아했다. (사러 다녀온 건 나였음 -_-;)

그런 언니가 '그대가 손을 내밀때'의 속편이라는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에 상당한 기대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로, 언니처럼 나도 실망했다.


언니가 속편을 위해 쓴 것 같다는 말 다음에 한 말은 주연과 조연의 무게에 대한 말이었다. 분명 이 '장미를 사랑한 남자'의 주연은 아르젤로, 정무형은 조연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연보다 조연이 더한 무게(카리스마를 이야기하는게 아니다)를 가지고 있기에, 그로인해 작품의 방향을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약간 과장을 섞어 얘기하자면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난 2권 중반까지는 어떻게 끝이 날지 제대로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분명 2권보다 더욱 길게 내용을 몰고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짧게(?) 끝났다는 게 제대로 이해가 안 됐었다.


속편을 위한 조연의 배치와 활동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난 시리즈물을 환영한다) 단지 무게감에 있어서 캐릭터의 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읽을 때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던 것이 안타까웠다. 캐릭터의 자유의지(정무형이 워낙 강력한 존재기에 아르젤이나 가린의 자유의지는 정무형만큼 강력하게 발휘되지 못한다)가 원인일까, 아니면 표현력의 문제? 작가의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에 따른 차이가 문제일까?

나는 마지막 쪽이라고 본다. 속편에 대한 배안에 정무형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약간은 과도하게 쏟아졌기에, 주연과 조연이 뒤바뀐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무게 중심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게 아닐까, 싶다. 정무형이라는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다. (윽) 아마도 이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의 속편은, 그만큼이나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라 해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의 매력을 깎게 된 것은 유감이다.


두번째(세번째인가;)로 지적하고 싶은 건 이미 많이 지적된 개연성에 대한 부분이다.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 난 마지막에 아르젤처럼 가린이 정무형과 다시 친하게(?) 지낸다는 부분은 정말 개연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간에 가린은 정무형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런데도 그렇게 지낼 수 있단 말인가? 가린은 그렇게나 포용력이 넓은 캐릭터였던가? (포용력이란 말은 맞지 않다고 보지만, 달리 생각나는 어휘가 없다) 친구와 정사를 나누는 정무형을 바로 떠난 건 가린으로, 가린은 성처녀와 같은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강간과 같은, 정무형이 저지른 다른 행위에 대해 (글 자체에서 강간이란 게 다른 행위보다 덜 중요하게 나왔기에 별로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가린이 '용서'를 할만한 장면이 나온 것도 아니다. 가린은 '이해'를 하는데, 그것도 세밀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건, ㅡ이건 정말 개인적인 생각인데ㅡ 이 책이 두 권으로 나와야 했을까? '그대가 손을 내밀때'가 두꺼워서 그런지, 얇게 두 권으로 나온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도 그렇게 나왔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한 권으로 나와도 될 것이라 생각되는 로맨스 소설들이 두 권으로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건 출판사 결정이겠지만...;)





덧 1. '그대가 손을 내밀때'와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를 읽으니, 이지환 작가는 작품의 분위기 변화에 굉장히 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글보다는 편집에 의해 느낌이 살아나느냐/죽느냐가 갈리는데, 이 부분이 아리송하다. 작품을 하나 더 읽어봐야 제대로 판단이 설 듯.

덧 2. 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역시 남의 글을 평가한다는 건 어렵다는... (아이고)

덧 3. 언니가 유치하게 쓰지 좀 말라고 구박... ㅠ_ㅠ





* 이 리뷰는 로맨스 소설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작성된 것으로 대상이 되는 로맨스 소설의 작가분께 해를 끼칠 의도는 조금도 없습니다.



Jewel 오호 멋진 리뷰에요 ^^ 하나도 안유치합니다 2004-01-08 X

Miney 정크 파라다이스에 좋은 리뷰를 쓰시는 분이 또 한 분 오신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 2004-01-08 X

릴리 난 언제쯤이나 저렇게 멋진 리뷰를 쓸 수 있으려나... 2004-01-08 X

정크 심각하게 읽다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풋 하고 웃어 버렸습니다. 리뷰도 잘 쓰시네요. 역시 글 쓰시는 분이라... 2004-01-08 X

청 멋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앞으로 자주 뵈요. 수룡님.(지금도 푸르스름한 용 한마리가 눈앞에 아른거려 계속 웃고 있음.)  2004-01-09 X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리뷰방에 관하여 Junk 2011-05-11
142 [로맨스] 사랑느낌 수룡 2004-03-22
141 [로맨스] 로맨스 흥부뎐 수룡 2004-03-22
140 [로맨스] 불꽃처럼 '코코' 2004-03-22
139 [펌/로맨스] 송가인(의 의문점) 수룡 2004-03-22
138 [로맨스] 바람에 묻다 '코코' 2004-03-22
137 [로맨스] 연두의 '얼어죽을 놈의 나무' yoony 2004-03-22
136 [로맨스] 그림자의 사랑 수룡 2004-03-22
135 [기타] 반 보 앞설 수 있다는 것 : '오후'를 보고 [1] Junk 2004-03-22
» [로맨스]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 수룡 2004-03-22
133 [로맨스] 철부지 신부 '코코' 2004-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