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저자/이휘령
출판사/로맨스북

기억을 잃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희정을 구해준 호영이 훔친 지갑을 돌려주고 사례금을 받으려는 희정의 생각은 지갑의 주인인 완섭과의 만남으로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마음의 병과 육체의 병을 모두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두남녀가 만나 펼치는 현실의 사랑이야기.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면 조금 더 빨리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금 터부시되는 설정이라는 소리를 들은 바가 있어 한참 뒤에야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절망적인 설정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많이 망설이고 또 망설였기 때문이다(그래서 달을 몰다는 아직도 읽지를 못하고 있다ㅡ_ㅜ).

다 읽고나서는 글쎄? 굳이 그런 설정에 대해 우려를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여주인공의 과거사야 앞부분에서 조금 나열되어 있을 뿐, 솔직히 이야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되려 그러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섹스중독증을 갖고 있는 남자를 끌어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홈리스였고 매춘을 한 경험이 있는 여자란 설정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러한 설정을 갖고 있는 여주 때문에 남주가 섹스중독증인 것일지도 모르겠고.

섹스중독증이란 '성욕과잉증' '성적 강박증'으로도 불린다. 코넬대의 수전 나단 교수는 "성행위 뒤 죄의식을 느끼면서 나빠진 기분을 다시 섹스로 푸는 '섹스중독의 악순환'에 빠진다"고 이 증세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 때문에 학계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성욕과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카프카 박사는 "테스토스테론이 아니라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주범"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1969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혈액과 뇌 속의 세로토닌 양을 줄이는 물질을 주사한 쥐들에게 성적 흥분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세로토닌이 가미된 먹이를 먹은 쥐들은 성적인 욕망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뒷바침되어 인간에게 역시 세로토닌이 부족하여 성욕과잉이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섹스중독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약물 요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동시에 정신과적 상담 요법도 병행되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왜 섹스중독증에 관한 구구절절한 설명을 첨부했냐면, <세상에 정말 사랑이 있을까>의 작가가 그리고 있는 섹스중독증 남주는 그렇게까지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증상은 병이다. 아직까지 학계에서도 정신질환으로 구분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분분하고 있으나, 그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반드시 오랜기간 동안의 꾸준한 치료를 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한 순간의 섹스로 인해 병이 거진 나아버렸으니,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설정들이 아니었다.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힘든 삶을 살아가던 남자가 만나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감싸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만이 이 소설의 주제이다.

<세상에 정말 사랑이 있을까>를 넷상으로 접한 분들이 이 글이 출판되자,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지탄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어린 감상을 다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고 나니 그건 지나친 기우로 보여진다.

홈리스와 매춘, 섹스중독증은 말 그대로 설정일 뿐이다. 후기를 살펴보니 작가 역시 지탄을 받을까 우려를 하였으나, 솔직히 각오를 했다면 조금 더 사실적으로 묘사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한 설정을 제외하면 로맨스의 정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차라리 그러지 말고 홈리스나 섹스중독증에 의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뇌를 조금 더 밀도 있게 표현해주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다.

로맨스라고 해서 그런 설정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로맨스라고 해서 극히 건전하고 바른 설정만을 필요로하지 않는다. 작가가 어떤 설정과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든 독자는 선택의 권리가 있으므로 읽고 싶은 것을 선택해 읽으면 그만이니까.

앞서 말했듯 이러한 설정을 제외하고는 극히 정형적이다. 여주 희정이 갑작스런 신분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부분이 되려 당혹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완섭은 섹스중독증만이 아닌, 약물중독도 겸하고 있었는데 이는 어떻게 치료가 되었는지 언급이 없다. 한 두번 한 게 어떻게 중독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하쉬쉬나 엑스터시는 의외로 꽤나 강력한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로 알고 있다. 게다가 그가 한 독백에 따르면 분명 그는 약물 중독을 겸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운명의 상대를 만나 다 치료가 되었다고? 후유증도 없이? 글쎄...내가 아는 바로는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다.

작가는 아마도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공부를 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글은 로맨스 장르이니 장르 독자들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나름의 심여를 기울였을 거다. 그 점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이렇게 민감한 설정을 단지 로맨스를 위해 적당히 버물려 버릴 거였더라면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싶다. 그런 설정이 반드시 필요했더라면, 그로 인한 남녀간의 갈등도 반드시 넣었어야했다. 아무리 로맨스라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다면 그걸 받아들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게 아무리 크나큰 결점이 있다고 해도, 남의 티가 더 커보이지 내 눈의 대들보가 커보이지는 않는 것 아닌가?

재미없는 글은 아니다. 깔끔하고 읽을 맛이 있는 글이다. 혹시나 설정 때문에 선뜻 읽을 생각을 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눈 딱감고 읽어보시길. 그런 설정이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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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댓글로 달았다가 말이 무지 길어지길래 걍 여기에 덧붙입니다^^;

일단 마약류에 있어서 엑스터시와 대마류(하시시)는 중추신경 억제제로써 금단 증세가 없는 것이 맞습니다. 고로 제가 '강력한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다'라 표현한 부분은 잘못되었습니다. 죄송^^;

왜 헷갈렸는지 차근히 생각해봤는데, 이건 의학적 용어와 일반적인 쓰임새가 다르다는 점을 잠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더군요(바보바보바보-_-;;;).

보통 약물의 오남용은 다음과 같이 분류됩니다.

*오용:처방전없이 임의로 복용
*남용:특정한 필요가 없음에도 쾌락 등의 이유로 약물을 과잉 사용
*의존:약물을 주기적으로 이용하여, 신체적 정신적 증세적으로 약물에 의존
*중독:약물에 대한 강박적 집착

이 중에 중독은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만, 사실 정확히 따져서는 '일반적인 남용'인 경우에도 중독으로 오인 표기하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전에 마약류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뭐 대충 훑은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만, 친구 녀석 하나가 엑스터시를 거의 중독 상태에 이르도록 사용한 적이 있었기에 내친김에 조금 했었습니다. 이 녀석은 진짜 말 그대로 중독이라 엑스터시가 없이는 발기불능이었습니다. 성욕과잉 축에 속했던 녀석인데 알고 보니 약물에 의존했던 겁니다(지금 생각해도 죽일 녀석-_-++). 이때 엑스터시도 중독증세가 생각보다 무섭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끊느라고 그 녀석 거의 죽을 뻔 했었구요. 보통 엑스터시는 금단 증세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금단 증세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에 보면 약물 의존이나 남용이 아닌 중독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여주와 만날 때 역시 약을 흡입 혹은 복용 한 상태구요. 그래서 제 친구 녀석을 생각하며 이 사람도 끊느라 고생하겠구나 싶었던 거죠. 그런데 뒤에 가니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어라? 했던 거죠^^;

사실 스스로가 자각할 정도의 중독이라면, 게다가 병원의 이사로 재직 중이며,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중(비록 섹스중독증에 대한 심리치료입니다만)이라면 독백시에 남용인지 의존인지 오용인지에 대한 명확한 단어 사용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므로, 현재 대부분 사람들이 남용이든 의존이든 중독이든 모두 중독으로 표기하고 있어 소설에서도 중독이라 표기했다고 큰 하자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의문은 스믈스믈 올라오는 것이, 마약류는 사용빈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걸 손에 넣기가 힘들어 한번에 복용하는 수를 늘리는 걸로 만족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헤로인, 코카인보다 약한 마약만을 중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용하면서도 그 보다 더 강한 마약을 찾지 않는다는 건 좀...^^; 게다가 남주는 분명 엄청난 부잣집 아들입니다. 사람 하나 죽이고 살리는 것도 손쉬울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고요. 그런 사람이 더 강한 마약을 손에 넣지 못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약간 안됩니다(마약을 하게 된 이유가 현실 도피니 죄책감에 빠져있는 동안은 점점 더 더욱 강력한 것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요? 여주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만). 뭐 사실 이것도 개인 차라 생각하면 되겠지만요. 소설 속의 캐릭터도 현실의 사람들처럼 각각의 개인차가 존재할 테니깐요^^;

아무튼 오류 지적 감사드립니다, 페인이님^^





페인이 댓글 달면서 인사 드리게 되네요 ^^ 페인이라고 하고요.. 하쉬쉬(마리화나)와 엑스터시는 중독성은 없습니다. 중독성이 있다면 심리적인 중독이겠지만, 코카인이나 크랙, 메스 등에 비해 심리적인 중독도 그리 흔한 편은 아닙니다. (마약 많은 동네에서 살다 보니 이런 교육을 =_=) 헤로인인 경우는 좀 틀리다고 알고 있습니다. 엑스타시를 어떻게 컷 하느냐에 따라서 틀려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엑스타시나 하쉬쉬는 고급 마약이 아닌 만큼  2004-01-03 X

페인이 (사실 십대 애들이 많이 하죠 ^^ 싸고 구하기 쉽지만 효과는 코카인 등에 비해 훨씬 약한..) 엑스타시의 기본인 MDMA 가 들어가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좀 힘이 넘치는 것 빼고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LSD 도 중독성은 별로... 순수한 MDMA 를 하는 경우 LSD 보다는 좀더 덜한 환각, 그렇지만 역시 중독성은 별로.. 섹스중독증은 잘 모르겠습니다 ^^ 2004-01-03 X

정크 폐인이님. 하쉬쉬(해시시)와 마리화나는 다른 마약입니다. 같은 대마로 만들기는 합니다만 제조방법이 틀립니다. 하쉬쉬가 6배 정도 효과가 강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은 저도 얼마 전까지 하쉬쉬와 마리화나가 같은 건 줄 알고 있었기에 덧붙입니다만; 2004-01-03 X

페인이 넵 ^^ 해쉬는 농축된 오일 혹은 단단히 굳어진 금색에서 검은색 사이의 색깔의 고체라고 하더라고요. 마리화나의 주요 성분인 THC (tetrahydrocannabinol) 가 (농축되어 더 많이 ^^) 들어있고요, 주요 성분이 같다 보니 중독성은 역시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4-01-03 X

yoony 아이고...머리가 어릿어릿... 2004-01-04 X

'코코' 유니님. 책은 그렇게까지 머리가 복잡해지는 글은 아니와요.(이런 리뷰만 갖고 책에 대해 결론내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단;;; 걍 읽어보고 판단해주시길ㅠ.ㅠ) 2004-01-04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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