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비연
출판/신영미디어

우연히 만난 일본인 야쿠자, 류신에게 납치되어 하나조에 유폐되면서 유채의 평범한 삶은 순신간에 파괴된다. 소박한 행복마저 용납지 않는 류신의 혹독하리만치 지독한 집착을 증오하던 유채는 조금씩 류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러나 류신을 노리는 반대파의 손길이 그들을 시시각각 위협해 오는데….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최악이라는 둥, 최고라는 둥 평이 극과 극을 달린다. 이 글은 본래 천동에서 연재되었을 때 읽은 바가 있다. 그때 느낌은 어라, 특이하군이 다였다. 몰입이 잘되지 않아 중간에 읽다가 그만둔 터라 특별히 인상에 남아있지 않았다. 출판된다고 했을 때도 어라 였을 뿐. 솔직히 놀랐던 이유는 그게 신영이란 점이었을 거다. 내가 알기로 신영은 보수적인 소설들만 컨택했었으니까. 음...하긴 <2월화>도 나왔는데 <메두사> 정도야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SM 계통이다. 약간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있겠다. 그점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남주가 여주를 너무 괴롭힌다. 그것도 육체적으로. 이런 건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호러물을 좋아하면서도 로맨스에서만은 그 잣대가 매우 보수적인게 나다. 독백이 너무 많다. 읽다가 지친다.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일까? 사실 그렇게까지 길고 긴 독백을 할 필요는 없었다. 여주의 캐릭터가 너무 빠르게 변화한다. 첫장면의 강렬함은 곧 나타나는 그 어리광에 빛을 잃고 만다. 캐릭터가 확실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하나조의 안주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면 애같은 모습은 좀 버려줬었으면 좋았으련만(물론 하권에 나타나는 캐릭터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러니 일관성은 좀 떨어졌다는 소리). 수많은 평 중에 남주가 겉멋들었다는 거 인정한다. 갖고 싶어 훔쳐왔지만 사랑을 깨달았다면 그자리에 엎드려 빌어서라도 마음을 얻으려했어야지. 그렇게 혼자 입술 깨물고 있지 말고. 이 부분은 극히 정형적인 로맨스 남주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쉽더군. 이왕지사 가학적이란 이미지를 담았다면 차라리 더 가학적으로 나갔어도 좋았을 걸 싶다. 조금 미지근했다. 평들 중에 작가가 글을 잘 썼네 못썼네 하는 설왕설래도 있었다. 문체를 언급하는 댓글도 보았는데, 문장은 평이한 수준이다. 특별히 감탄할만한 문장은 없었다. 그렇다고 못 알아먹을 정도로 지리멸멸한 문장도 아니다. 후르륵 읽어넘길만한 문장이었다. 이 부분은 조금 아까웠고.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는데 결론은, 꽤 재미있었다.

솔직히 그렇게 가학적 패턴만 따르고 있지는 않다. 몇 몇의 사람들-그 섬세한 마음을 지닌 독자들에게는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게 전체는 아니다.

류신의, 그렇게까지 빠져버린 한 여인에 대한 애틋함은 내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게 했다. 불쌍한 놈.

한 길을 보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줄 모르는 이들은 언젠가 자신이 범한 어리석음에 빠져 허우적대기 마련이다. 특히 그 어리석음이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매우 큰 잘못을 저지르게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소위 후까시의 원조라할지라도 사랑에 눈멀면 바보보다 더 바보처럼 굴기도 한다. 그게 사랑이다.

스톡홀롬 신드롬이었나? 자신을 인질로 잡고 있는 범인과 사랑에 빠지는 인질의 정신 상태를 규명하는 병명이. 이게 '인질이 테러범에게 보이는 심리적 유대'라고 알고 있다. <메두사>의 유채도 그런 셈이겠지. 작가도 그렇다고 말했었고. 하지만 그것만은 아닌듯 했다.

인간은 미묘한 감정의 동물이다. 싫다, 싫다 밀어내지만 정작 그 싫어하는 작자가 다른 여자를 보면 눈알을 빼버리고 싶어진다. 갖고 싶은 게 아니면서도 누군가에게 주고 싶지 않은. 이건 누구라도 한번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만일 그것이 자신을 억압하고 학대하면서도 끊임없이 애정을 쏟던 이라면 더욱 그러지 않을까? 유채는, 아니 제이드는 변화하고 있었다. 2년 전 그에게 잡혀 버린 여자가 아니라 제이드라는 여자로 거듭나 류신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그건 말도 안돼! 라고 주장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작가는 꽤 설득력 있게 소설을 썼다. 그리고 이건 하나의 소설이다. 만일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다른 소설이 있다면 그게 전부 이런 식의 결말을 가져오진 않을 거다. 또 현실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다 류신이고 다 제이드는 아닐 거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는 제 2의 유채도 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면 제2의 제이드도 있을 수 있고. 비연이란 작가는 그저 하나의 소설 상에서 그런 사랑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 난 가능하다 생각하는 편이고.

얼마 전에 시작한 영화 <올드보이>를 본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 친구와 난 그 영화를 따로따로 본 셈이고 나중에 내가 극찬을 하자 그 친구가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물은 거다. 넌 그런 사랑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냐고.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내가 아는 사랑이란 그렇게 달콤하고 달콤하기만 하지 않다. 가끔은 마음을 찢어버릴 듯, 거부하고 싶을 정도로 일그러진 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나 다 인정할만한 수순을 거쳐 얻은 사랑만이 사랑이라면 그건 일종의 편협된 생각일수도 있다. 60억 인구가 사는 지구상에서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고 또 저런 사랑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그보다 더 많이 만들어진 소설 속에서도 말이다.

내가 싫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는 말자. 사랑에 반드시 정해진 틀과 룰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메두사>는 그러한 틀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결국 이 소설 역시 하나의 사랑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끝으로, 작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있더라. 부탁하노니 독자들을 가르치려하지는 말아달라. 굳이 주석을 달지 않아도, 감정을 그렇게 나열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이해를 하니 말이다. 내가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편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조금 지나친 주석과 독백, 쳅터마다 나열한 그 문장들은 좀 오버다 싶었다.



*** 세상에 제 친구가 미리 선물한다고 이책을 사줬는데 ....로맨스를 사랑하는 이유를 ....잊어먹게 됬습니다. 쩝 2003-11-30 X

Miney 사랑은 여러 가지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 취향은 여주에게 목매는 남주(^^;)라서 기호가 맞는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넷 상으로 본 바로는 잘 쓰신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으로도 보고 싶네요.  2003-11-30 X

'코코' ***님^^ 싫어할수도 있는 걸요. 제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남들도 다 재미있게 읽어야한다는 건 잘못된 거죠. 그렇게 속좁지 않습니다-_-;; 그러니 누구신지 자신있게 의견 밝히셔도 됩니다^^;; 뭐 그렇게 느끼신 건 이 책에 한정된 거고 다른 책은 안그러실 거 아닙니까. 그럼 된거죠^^(내가 넘 단순한 건가-_-;;) 2003-12-01 X

디프네 전 1권만 읽은 상태인데...솔직히 로맨스물 치곤 상당히 하드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잔혹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로맨스를 읽고 있는게 맞는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저도 1권만 읽은 상태라 전체적으로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작가님이 글은 잘 쓰시는 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2003-12-01 X

김선하 코코님.**가 저예요. 저도 따로 이글 을 리뷰해 뒀는데 이제 막 기어가는 처지의 제 입장에서 볼때 한동안 충격에 빠지게 하던 류 입니다. 전 진짜 <낭만>이 좋습니다.<낭만>이요!!<낭만> 2003-12-02 X

'코코' 역시나 선하님이셨군요^^; 제가 이 글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것이 로맨스를 읽으면서 대부분 자극적인 신에 관해서는 별 감흥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녹아버리는 부분은 남주가 절절 매달리는 장면이죠. 감정선이 명확하고 읽는 사람이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고, 구성에서 흠집이 없다면 어떤 글도 다 오케이죠^^; 그래서 어떤 분에게는 눈살 찌푸릴만한 장면이라도 제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느낌이고 다른 사람은 다른 2003-12-03 X

'코코' 삶을 살아왔고 다른 가치관과 다른 생각을 하는 만큼 하나의 글에 있어서도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도저히 이해 못하는 건 소설로써 완성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라고 호평을 하는 분들 뿐이란^^;; 그외 책 자체만을 평가한 분들의 의견이라면 모두 다 수긍하는 편입니다. 그러니 님의 리뷰도 한번 읽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시고! 2003-12-03 X

석류 저는 책으로는 못읽었고 연재로 읽었었는데.. 연재때 비연님이 앤딩을 수정을 하셨었죠. 제가 여러장르의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진 몰라도 사실 마지막에 제이드가 일을 벌렸으면 얼마나 더 재미있어졌을까..하고 생각했었답니다. 해피앤딩+프롤로그식 소설은 너무 지루한 것 같아서요. ^^;;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단지 자극적인게 좋은건지..저는 해피앤딩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답니다. ^^;;; 책으로도 함 읽어보고 싶군요.  2003-12-22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