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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샬로트 휴즈
출판/신영미디어

애틀랜타 최고의 형사인 내가 이런 촌구석으로 발령이 날 줄 누가 알았겠어. 게다가 서장은 한마디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
퍼디빌에 도착한 첫날부터 꼬이기 시작한 내 인생, 하지만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지!
자, 정의의 사도 프랭키 나간다!
할리퀸에서 있어서 신영이 제일 잘 하는 건 표지와 뒷카피라고 생각한다. 아니, 했다. 왜 과거형이냐면 이번 작은 영 아니기 때문이다. 표지는 그런대로 봐줄만 해도, 제목도 그렇고 뒷카피도 그렇고 누가 뽑았는지 모르지만 진짜 센스가 꽝이다. 뒷카피를 보면 좌충우돌 로맨틱 코메디 같으나 네버.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코메디는 커녕 나름대로 제법 진지한 소설이었다.
프랭키는 유부남과 관계를 가진 덕택에 퍼디빌이라는 조그만 마을로 반강제 전근 당한다. 돌아가신 아버지 프랭크는 전설적인 강력계 형사였고 그의 딸로써 모자람이 없도록 스스로를 채찍질 해왔던 프랭키로써는 쓰디쓴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거칠고 야성적인 여형사였다. 하지만 퍼디빌은 그녀가 살아왔던 도시와는 전혀 다른 템포로 흐르는 동네. 급히 충돌해서 기껏 하는 일이 발정난 숫소를 잡는다거나 이웃집 강아지가 짖어 시끄럽다고 불평하는 동네 할머니를 달래는 일 정도. 스스로를 대단한 형사라고 자부하는 프랭키이니 그런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는 게 못마땅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서장이라고 있는 남자는 왜 그리도 매력적인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터라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 결심한 프랭키를 사사건건 흔들고 있다. 그러던 중 한적한 퍼디빌을 시끌벅적하게 만들만한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오랜만에 줄거리를 적었다. 뒷카피가 진짜 마음에 안들어서 말이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 라니...참네. 오래 전에 방영한 TV 애니메이션 카피 아니더냐. 카피를 차용하려면 좀 더 그럴싸한 것으로 할 수 없었는지. 쯧. 제목도 체포하겠어라니. 우습다. 이것 역시 일본판 TV 애니매이션 제목이다. You under arrest라고. 담당한 카피라이터가 일본 애니를 참 좋아하는 건 아닐지 심히 궁금해지는 군.
신영은 거의 다 좋은데 가끔 이런 얼토당토않은 제목과 광고 카피로 사람 뒤집어지게 하는 때가 있다. 특히 장편 번역물에서는 종종 그런다. <체포하겠어>는 잘만 꾸미면 안타를 날릴만한 수준의 작품인데도 이렇게 제목, 뒷카피에서 점수를 깎아버리다니.
암튼 혹시라도 이 책을 보고 싶었는데 제목과 표지 때문에 혹은 뒷카피 때문에 망설이던 분이라면 그거 다 무시하고 한번 보았으면 한다. 겉보기 보다 내용은 꽤 알찬 작품이니까.
몇 일전에 읽었던 비슷한 작품이 생각난다. <고백>. 여기서는 남주만이 서장-보안관-이었지만 <체포하겠어>에서는 여주도 형사 계통에서 일을 한다는 게 다른 점이다. 그리고 <고백>은 하나의 살인사건을 주 줄거리로 한다면 <체포하겠어>는 방화 사건 및 비소 중독 살인 사건, 부부간의 폭행 사건, 소들간의 강간 미수 사건, 강아지 소음공해 사건 등등 자잘하면서도 좁은 마을에서 빠질 수 없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강력 범죄와 차가운 인간관계에 익숙한 프랭키로써는 이런 작은 사건이 맡겨진다는 점 자체에 자신이 우습게 여겨진다 생각하는 속물근성도 보인다.
까다롭게 대처하고 약한 마음을 숨겨야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했던 프랭키가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게 마음에 든다. 갖가지 사건이 많음에도 꼬이지 않고 술술 풀어나가는 방식도 괜찮았고. 남주의 매력이 조금 약하다는 것 빼고 대부분은 말그대로 술술술 읽었다.
뭐 눈물 흠뻑 흘리게할만한 장면은 없다. 밝은 분위기의 담담한 형사물 하나 읽은 기분. 캐릭터가 나름대로 현실적이라 정형적인 주인공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임. 전에 말했듯 이 소설도 최근 번역서들의 경향에 따라 고백하는 장면이 별로 없다. 남주의 마음을 금방 눈에 보이고 이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잡아가는 방식이 조금 색달랐을 뿐. 아, 프로포즈 하는 장소도 이색적이었음.
아무튼 그처럼 작은 마을에도 인간이 사는 곳이라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는 걸 깨닫게 한, 담백한 아몬드 쿠키 같은 소설이었다.
참. 2002년에 발표되었으며 원제는 'Hot Shot' 2003년 월드북스 어워드 수장작이란다.
참고로 월드북스(http://www.worldbooks.co.uk/)를 찾아봤는데 꼭 우리 나라 예스 24와 같은 인터넷 전문 서점 같았다. 여기서 수장작에 선정되었다라? 별로 객관적으로 검증된 건 아닌 듯.
정크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2003-11-27 X
김선하 헉!!다시 봐야겠습니다. 처음 몇장 넘기다가 다시 주인 돌려줬거든요? 정크님 스타일이라....음. 2003-11-28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