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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엘리자베스 로월
출판사/신영미디어

표지에서 출판사가 매우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간지에도 여러 색을 입혀 예쁘다란 말이 절로 나오게 했고. 하긴 오래전의 글이니 이렇게나마 눈길을 끌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엘리자베스 로월은 꽤 깔끔한 작품을 쓴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애절한 부분도 있고 가끔 코믹스런 대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잔잔함에 승부를 건다. 이 두 작품 역시 그러했다.
이 작품은 시리즈는 아니다. 미라시리즈로 출간되기는 했지만 두 작품에서 겹치는 거라고는 목장이 배경이 된다는 것 외에는 없다. 그럼에도 두 작품은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우선 전체적인 플롯이 정형적이라는 거다. 할리퀸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설정 - 돈많은 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 사이의 사랑인 <연가>와 나이가 어린 관계로 함부로 손도 못대고 사랑하는 여자른 보낸 남자, 그리고 그를 오해한 채 돌아온 여자 사이의 사랑인 <연인>. 이처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설정이 이 두 글에 펼쳐져 있다.
이 책들이 쓰여진 시점을 생각한다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이지긴 한다. 80년대 후반은 한창 하이틴 로맨스류가 판을 치던 시대니까 말이다.
두 글이 비슷한 느낌을 받게된 이유는 또 있다. 요즘 나오는 책들과 달리 남자 시점이 거의 드물다는 점이다. 300 여 페이지나 달하는 내용 안에서 남주의 시점은 극히 제한적으로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 글들에 대해 매우 고전틱하게 느끼기까지 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갈등 요소가 이미 많이 보아온 것들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즉, 주인공들의 주요 갈등은 유산과 돈이다. <연인>에서는 여주 라라의 친아버지이자 남주 카슨의 양아버지의 유산으로 인해 그들의 사랑과 오해가 엇갈린다. 반면에 <연가>에서는 돈때문이 아닌 한 남자로써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은 여주 라라에 대한 남주 라이의 그릇된 행위가 오해를 이끌어낸다.
마지막 이유는 극히 수동적인 여주들과 극히 비밀스런 남주들로 들 수 있다. 요즘에 출판되는 로맨스 소설을 읽어보면 여주의 캐릭터가 굉장히 다양해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전 글들 대부분은 청순하고 여리고 세상의 때가 묻지 않았으며 남주를 만나기 전까지는 순결한 여주 뿐이었다. 이 두 글에서도 그러한 성향의 여주가 나온다. 남주 역시 시점이 드러나지 않는 만큼, 그리고 갈등 요소를 적절히 배열하기 위해서인 만큼 비밀스럽고 유혹적일 뿐 속 시원히 사랑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주가 위험에 처하거나 몸 상태가 안좋거나, 갑자기 떠나는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끼고서야 겨우 사랑한다 인정할 정도로 말이다.
뭐 이런 정형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외려 재미있었다. 요즘 로맨스 소설들에서 나타나는 정형을 깨트리기 위해 몸부림에 식상해져서 버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형을 타박하면서도 이렇게 극히 정형적인 <연인>과 <연가>를 꽤 재미나게 읽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직 이 소설들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혹시라도 나중에 읽게 되거든 이것 하나만은 기억을 했으면 한다. 이 두 소설은 비록 번역은 근래에 들었으나 본래 오래 전 극히 정형이 판을 치던 시대에 쓰여진 것이고

물론 당시에 나왔을 다른 하이틴 로맨스처럼 진부하게 끌어가고 있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흔한 패턴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테니 위의 사항을 반드시 숙지하지 않고 소설을 접하게 되면 엘리자베스 로월이 퇴보한 거 아니냐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노파심이 들 정도로 이 두 글은 정형에 충실한 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