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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노라 로버츠
출판사/신영미디어

돈독한 우애를 자랑하는 맥그리거 남매들! 케인의 여동생 세레나와 다이애너의 오빠가 결혼은 했지만 케인이 다이애너에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가족애가 아니다. 일과 사랑에서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는 악마 같은 남자 케인은 과연 끝끝내 사랑을 부정하는 얼음 공주 다이애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이제, 운명을 그를 시험한다…….
1985년 작, 원제는 "Tempting Fate"
노라 로버츠의 맥그리거 시리즈는 참 유명한 시리즈 중 하나이다. 그동안 나온 맥그리거 시리즈를 잠시 살펴보자면 <맥그리거의 신랑>, <맥그리거의 신부>, <맥그리거의 게임>, <게임의 여왕> 등이 있다.
시리즈의 대부분이 아버지 대니얼 맥그리거가 자식들과 손자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 재미를 주는데 비해 이번 작은 대니얼의 잔꾀가 필요치 않는 작품이었다.
대니얼의 차남 케인은 동생인 세레나의 부탁으로 매제인 저스틴의 동생(다이애너)을 배웅하러 간다. 다이애너와 저스틴은 오랜동안 떨어져 살아왔으며 인디언 핏줄을 가졌다하여 이모에게 정신적 학대를 받고 자란 다이애너는 오빠에게 증오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오해란 것을 알게 되고, 케인으로 인해 얼어붙어 있던 장벽을 하나하나 제거해가면서 점차 타인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노라 로버츠가 그려냈던 인간들 중에 가장 연약한 성격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완벽하게 연약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노라 로버츠의 주인공들을 잠시 살펴보면 대부분 한 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절대 강! 인 인물들이었다. 다이애너도 마찬가지였지만 케인의 시각에서 비춰지는 다이애너는 상처 입고 소외된 인물상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인지 노라의 주인공들 중 유독 인간적으로 느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케인이야 전형적인 바람둥이 타입이고. 역시나 남주인공을 묘사함에 있어 노라 로버츠처럼 정형성을 잘 활용하는 장편 로맨스 소설 작가는 없을 듯 하다.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니까 불만은 없지만.
맥그리거 시리즈에 대한 불만 사항은 별로 없다. 시리즈를 싫어함에도 이 시리즈만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어왔다. 한가지 매번 걸리는 건 대니얼의 그 지나친 핏줄 타령 정도랄까? 스코틀랜드와 인디언 혈통에 대한, 미국 사회에서의 소수 민족에 대한 역설은 많이 봤으니 이제 좀 그만했으면 하는 생각도 드는 거다. 그런 면에 있어서 <맥그리거의 운명>도 빠질 수는 없었다.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당하며 살아왔던 다이애너가 맥그리거 사람들의 따듯한 애정에 감싸여 그렇게나 쉽게 핏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어버리다니 역시나 로맨스 소설 답다라 중얼거리게 되고.
이 작품에서 특이할만한 부분이라면 케인이 먼저 고백을 했다는 점.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우리의 얼음 공주님 다이애너는 그 감정에 익숙해지는 걸 거부하고 도망친다. 그 사이 마음의 상처를 핥고 있던 케인이 딱딱거리며 다이애너를 대한 건 두말할 나이도 없고.
도망치던 것을 멈춘 다이애너는 결국 사랑이란 도박에 승부를 걸고 승리한다. 자길 그만 좀 괴롭히라는 케인의 차가운 표정에 대고 스스로의 감정을 고백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고. 1985년에 쓰여진 것치고는 고리타분하지도 진부하지도 않아서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확실히 예전 작품이라 느껴지는 게 정사 신에 있어서의 그 묘사랄까? 적나라한 단어보다는 비유로 일관된 그 장면이 더 가슴에 와닿는 건 요즘 들어 너무 적나라한 작품들에 식상해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