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제목 : [로맨스] 미스터 퍼펙트  

번호 : 21     /    작성일 : 2003-09-02 [15:17]

작성자 : '코코'    

지은이/린다 하워드
출판사/현대문화센터



2000년 작. 원제는 'Mr. Perfect'

꽤나 린다 하워드 그녀다운 글이다. 2000년에 쓰여진 글이니 번역작 중 가장 최근의 글이며 미스테리 기법이 제대로 나타나는 게 <아주 특별한 연인>부터였으니 이즈음에 들어 그 진가가 톡톡히 발휘 된 것은 아닐까 싶다.

<미스터 퍼펙트>도 살인 사건과 연관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제인과 마아시, 루나, 티제이는 같은 회사 여사원들이다. 넷은 매주 금요일이 되면 한 식당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게 낙이었는데 어느 금요일 밤, 완벽한 남자에 대해 토로하다가 재미 삼아 리스트를 만든다. 일명 '미스터 퍼펙트' 리스트였다. 이것이 우연찮게 사보에 실리고, 신문에 나고, TV 등 방송 매체를 타게 되면서 퍼펙트에 대한 심리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범인을 자극하게 된다.

한편 샘은 제인의 옆집 남자로 처음부터 삐딱한 만남을 갖게 된 터라 제인으로부터 딱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했지만, 알고 보니 그가 근면하고 성실한 경찰관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샘의 진면목을 하나둘 깨달아가면서 제인은 그에게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마아시가 갑작스레 죽고 이것이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는 걸 알게 된 샘은 제인을 보호하며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그 사이 제인과 샘의 관계는 점차 미묘하게 변화되어 가는데...

쓰다보니 마치 어느 뒷카피 같다. 하긴 범인에 대해 힌트를 주지 않고 적당히 줄거리만 적으려니 이럴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이랬든 저랬든 저 줄거리만을 봐도 이 글이 살인사건이라는 주 줄기에 주인공 제인과 샘의 사랑 대결이 주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확실히 린다의 글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게 제인과 샘은 절대 감정 싸움으로 인한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린다 글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성적 긴장감을 들 수 있다. 다른 로맨스들이 저 남자가 날 사랑할까 안 할까에 초점을 맞춘다면 린다의 글 여주는 저 남자가 날 사랑할까가 아닌 내가 저 남자를 사랑할까 안 할까에 조금 안달할 뿐 남자의 사랑은 대부분 의심을 하지 않는다. 물론 약간의 실랑이는 있다. 예를 들어 <미스터 퍼펙트>에서는 첫 정사를 치른 후 무드없게 욕설을 내뱉은 남자 때문에 벌어지는 작은 헤프닝 정도.

["제기랄......"
방 안은 너무나 조용했기 때문에 그 한 마디는 제인의 귀에 크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제인은 눈을 가늘게 치뜨며 발끈했다. 너무 삶아 무른 국수가락처럼 축 처진 마당에 그렇게 발끈할 에너지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신기했다.
"참, 로맨틱하기도 하셔라!"
한껏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제인이 말했다. 일주일도 못 참고 자기 몸에 손을 대놓고, 이제 볼 것을 다 보고 나서 '제기랄'이라고? 지금까지 한 게 모두 실수였다는 거야?]

그 헤프닝이 이게 다라면 심심할 거다. 하지만 약간의 실랑이, 진짜 아주 약간의 실랑이가 있을 뿐인데도 실망스럽지 않다. 여기에 더해 둘은 곧장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만난지 일주일이 안되서!

솔직히 로맨스 소설치고는 놀라운 전개과정이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린다만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두 주인공 간의 심리적 변화가 아닌 육체적 변화를 다루면서 그것도 하나의 사랑 방식이라는 걸 똑똑히 깨닫게 해주니 말이다. 사실 복잡하기 그지 없는 살인 사건에 휘말려 있는데 언제 감정을 확인하고 자시고 할 여유가 있겠냐만은 그녀와 비슷한 위치의 뭇 작가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런 감정 확인 장면이 보통 많이 나오는 게 아니다. 때문에 난 단연코 린다만의 장점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린다의 표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적나라하다. 문장도 그렇고 대사도 그렇다. <미스터 퍼펙트>도 적나라했다. 근데 그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니 내가 린다를 엄청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싶다. 하지만 솔직히 린다의 글은 그러한 적나라함이 천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샘 역시 그러한 점에서는 한몫 톡톡히 했지만 천박한 변태란 느낌보다는 지극히 남성적인 캐릭터란 느낌만 들었다.

여기서 잠시 캐릭터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정말 멋지다. 멋지다. 멋지다. 멋지다. 그 외의 단어를 찾을 수 없겠다.

또 제인. 그녀 역시 멋지다. 그녀의 성격을 위해 린다가 직접 얘는 이런 애야 라고 이야기해주는 대신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두었고, 샘의 독백에서도 제인에 대해 자연스러게 깨닫게 되도록 만들었다. 그 능숙한 처리 기법이라니...과히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숙명이자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끌림. 바로 이것이 린다의 글을 읽을 맛나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싶다. 제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무조건 운명에 순응하는 주인공들, 게다가 흥미진진한 살인 사건의 해결 과정.

사실 점차 린다의 여주들이 남주보다 더 많이 활약하고는 있지만, 남주의 카리스마가 죽지는 않을 정도로 적당히 선을 그어놓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남주에게 매달려 질질 짜는 여주보다는 이런 캐릭터가 백 배 천 배 낫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성적 긴장감에 흠뻑 빠져들고 나오니 한 밤을 꼴딱 새고 말았었다. 린다 하워드는 절대 날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로써 그 입지를 굳힌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덧) 인쇄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다. 어느 페이지는 엄청나게 흐리고, 어느 페이지는 너무 진하다. 한두 페이지면 대충 넘어가겠지만 이게 수십 페이지에 달하니...현대문화센터는 현재 거래를 맺고 있는 인쇄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싶다. 정말 심각하게. 아무리 재미있는 글이라도 이런 식이라면 좀 곤란하다.




Jewel 음 .. 그 얼룩덜룩은 습기 때문이라고 -_- 할수 있겠지만 그래도 저런걸 상품으로 내놓다니 -_- 문제가 심각하오 그냥 난 원서로 읽을라오  2003-09-02 X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리뷰방에 관하여 Junk 2011-05-11
22 [로맨스] 그린티 '코코' 2004-03-08
21 [만화] 나나(NANA) '코코' 2004-03-08
20 [로맨스] 남주의 잠버릇 '코코' 2004-03-08
19 [로맨스] 천생연분 '코코' 2004-03-08
» [로맨스] 미스터 퍼펙트 '코코' 2004-03-04
17 [로맨스] 린다 하워드 '코코' 2004-03-04
16 [로맨스] 조안나 린지 '코코' 2004-03-04
15 [로맨스] 남주의 카리스마 '코코' 2004-03-04
14 [영화] 프레디 대 제이슨 석류 2004-03-04
13 [작가] 주디스 맥노트 '코코' 200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