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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맨스] 남주의 카리스마
번호 : 18 / 작성일 : 2003-08-22 [18:07]
작성자 : '코코'
자유게시판에서 청님의 글에 댓글을 단 정크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래, 남주의 카리스마란 도대체 뭘까?
즐겨읽는 로맨스 소설의 남주들은 대부분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고 묘사되어 있다. 일단 여기서 카리스마의 정의를 살펴보자.
카리스마(charisma) : 본래는 그리스도교적 용어로 '은혜', '무상의 선물'이라는 뜻.
신약성서에서는 어떤 특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는데, '다시 거두어 가지 않는' 하느님의 선물 전체를 뜻하기도 하고,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에게 거저 베푸는 '은총의 선물'을 뜻하기도 한다. 이 단어가 특정한 의미를 지니고 사용된 것은 온갖 종류의 '무상의 선물'을 베풀면서 활동하는 성령의 현존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즉 성령의 특별한 은혜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받게 되는 소명(召命) 또한 여기에 기인한다. 모든 신자들은 각자 자기 나름의 카리스마를 받아 단일하고 다양한 '하느님의 은총의 관리자'로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M.베버는 이 말의 원뜻을 확대하여 사회과학의 개념으로 확립시켰다. 즉,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초자연적·초인간적 재능이나 힘을 이렇게 불러 그 말에 대한 절대적 신앙을 근거로 맺어지는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카리스마적 지배라고 이름하여 지배형태의 하나로 만들었다. 그것은 법률에 따른 지배(합법적 지배)나 관습에 따른 지배(전통적 지배)와는 달리 어디까지나 카리스마의 소유자에 대한 개인적인 절대적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이런 사전적 정의에서 따져보면 카리스마란 즉, 신이 인간에게 베푼 은혜이자 타인을 지배 혹은 압도하는 힘이라 볼 수 있겠다. 로맨스에서는 이러한 카리스마가 '은혜'의 의미보다는 '힘'이란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
힘은 권력이다. 파워이고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꿈이자 환상이다. 로맨스 소설은 환상이 만들어낸 산물이며, 인간의 궁극적 환상이란 결국 타인에게 인정받고 나아가 지배하고 싶어 하는 자기 본위의 만족감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 한다.
의식주에 대한 생리적인 욕구가 해결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습득적인 2차적 욕구를 지니게 되는데 이는 지위, 애정, 집단 소속 등과 같은 사회적 안정감을 확보하려는 욕구라 할 수 있다.
로맨스에서 주체는 대부분 여주이며, 이러한 여주에게 카리스마를 찾아보기엔 힘든 반면 남주에게서 카리스마란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되어 있다.
여주가 보통의 인간이라면 남주는 보통의 인간이 바라는 위치에 선 '성공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으며 남주가 여주와 사랑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설정은, 여주가 남주의 카리스마에 동승해 사회적 욕구를 실현시킨다는...뭐 그렇고 그렇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남주의 카리스마는 로맨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가 아닐까 싶다.
이런 도구를 꼭 쓸 필요는 없음에도 대다수의 독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것이며, 작가들 역시 독자로 출발해 카리스마가 없는 남주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지 모르나 매번 카리스마가 있음이라고 묘사된 남주가 정작 하는 행동에서 카리스마를 찾아볼 수 없을 때가 많으니 이게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로 인간에게 꼭 카리스마가 필요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고...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카리스마 있는 남주를 선호하니 이 역시 나의 딜레마일 거다.
청 ㅎㅎ. 코코님. 잘 읽었습니다. 카리스마가 이런 의미였다니. 미처 모른 무식한 청입니다. 음. 그리고 사실 저도 이런 딜레마에 시달리곤 한답니다. 2003-08-22 X
Miney 흥미롭네요. 맨날 카리스마가 어쩌구...함서 그 어원을 찾아볼 생각도 아니했다니, 반성중입니다. ^^; 코코님께 감사!! 2003-08-25 X
Junk 매번 카리스마가 있음이라고 묘사된 남주가 정작 하는 행동에서 카리스마를 찾아볼 수 없을 때가 많으니 이게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2003-08-26 X
Junk 웃겨 죽을 거 같습니다(ㅜ.ㅜ). 2003-08-26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