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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762
제목 : [로맨스] 각의 유희
번호 : 15 / 작성일 : 2003-08-18 [19:13]
작성자 : '코코'
지은이/가선
출판사/영언문화사
아는 사람의 글을 언제부터 읽지 않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그들의 글에 매료되어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았음에도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게 되면서부터는 즐기던 글을 제대로 즐기며 읽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건 아는 사람의 책을 접할 때마다 뭔가 오점을 발견해야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 아닐가 싶다. 나름대로 로맨스 소설을 꽤 읽어왔다고 자부하는 터에, 게다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터에 더욱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점은 내게 있어 대단한 손실이다.
<각의 유희>는 나오자마자 손에 든 책이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그 첫장을 펼치게 되었다. 솔직히 첫장은 얼마 전에 펼쳤지만 이야기에 몰입되어가는 속도가 다른 글보다는 늦게 나타난 편이다. 앞장에서는 과거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주인공 은소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동생 세경, 오랜 친구 지후 등 중요인물들의 과거와 남주인공 이혁과 그의 친구 우현의 만남 등이 특별한 설명도 없이 가닥가닥 끊어져 나열되어 있다.
이게 눈에 거슬렸다면 거슬렸을지도 모른다. 가타부타 특별한 배경없이 본내용으로 들어가버리는 로맨스에 익숙한 나에게 있어 이런 기가막힌 과거사도 그 결과가 눈에 보이기 전까지는 별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덥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2권을 읽어야 <각의 유희>의 본맛을 알게 된다고 말했는지를 깨닫고 말았다. 솔직히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건 굉장히 기분 좋은 충격이다. 작가가 변했다는 걸, 자기만의 뭔가를 찾아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충격이다. 이 글은 무작정 써내려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아귀에서 세밀하게 짜여진 그물과 같다.
정형적이다 못해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이렇게 얽히고 섥혀 있음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기는커녕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어버렸으니 작가가 성장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빠른 전개, 속도감 있는 문장들. 가선 이란 작가의 그 전 글에서야 흡입력 그 하나만을 인정하던 나지만 이젠 그녀만의 세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이 글을 다 읽고난 지금은.
1권에서는 절대적으로 수동적이라 생각했던 여주가 2권에서는 그게 아니었음을 말하고, 마찬가지로 1권에서는 복수를 위해 칼을 갈았던 남주가 2권에서는 감정의 늪에 빠졌음에도 그만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장면이 정말 손으로 만져질 만큼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만큼 한껏 몰입되었다.
아마도 이 글에 대한 이렇게 지나친 찬사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구태의연한 출생의 비밀이나 세세한 설명이 없어 추리하듯 모든 이야기를 꿰맞춰야하는 것에 진절머리 내는 이들에게는 그럴 것이라 예상된다. 이 <각의 유희> 역시 <광란의 귀공자>처럼 어중간한 위치가 아니라 대단한 호평 혹은 대단한 악평 둘 중 한가지를 받을 만한 글이니 말이다.
난 전자다.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다. 이 정도까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럼에도 즐겁다. 또 한 명의 존경할 만한 작가가 생겼다는 점에서 말이다.
청 // 전 뭣 보다도 탄탄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주. 상대와 자신을 파악한 조용함이 때론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2003-08-22
푸시케 // 참, 충격이었습니다. 가선님의 구상능력,글전개방식, 남녀주인공의 갈등묘사등등 ...별다섯! 2003-11-12
번호 : 15 / 작성일 : 2003-08-18 [19:13]
작성자 : '코코'
지은이/가선
출판사/영언문화사
아는 사람의 글을 언제부터 읽지 않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그들의 글에 매료되어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았음에도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게 되면서부터는 즐기던 글을 제대로 즐기며 읽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도 이건 아는 사람의 책을 접할 때마다 뭔가 오점을 발견해야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 아닐가 싶다. 나름대로 로맨스 소설을 꽤 읽어왔다고 자부하는 터에, 게다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터에 더욱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점은 내게 있어 대단한 손실이다.
<각의 유희>는 나오자마자 손에 든 책이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그 첫장을 펼치게 되었다. 솔직히 첫장은 얼마 전에 펼쳤지만 이야기에 몰입되어가는 속도가 다른 글보다는 늦게 나타난 편이다. 앞장에서는 과거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주인공 은소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동생 세경, 오랜 친구 지후 등 중요인물들의 과거와 남주인공 이혁과 그의 친구 우현의 만남 등이 특별한 설명도 없이 가닥가닥 끊어져 나열되어 있다.
이게 눈에 거슬렸다면 거슬렸을지도 모른다. 가타부타 특별한 배경없이 본내용으로 들어가버리는 로맨스에 익숙한 나에게 있어 이런 기가막힌 과거사도 그 결과가 눈에 보이기 전까지는 별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덥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2권을 읽어야 <각의 유희>의 본맛을 알게 된다고 말했는지를 깨닫고 말았다. 솔직히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건 굉장히 기분 좋은 충격이다. 작가가 변했다는 걸, 자기만의 뭔가를 찾아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충격이다. 이 글은 무작정 써내려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아귀에서 세밀하게 짜여진 그물과 같다.
정형적이다 못해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 이렇게 얽히고 섥혀 있음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기는커녕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어버렸으니 작가가 성장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빠른 전개, 속도감 있는 문장들. 가선 이란 작가의 그 전 글에서야 흡입력 그 하나만을 인정하던 나지만 이젠 그녀만의 세계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이 글을 다 읽고난 지금은.
1권에서는 절대적으로 수동적이라 생각했던 여주가 2권에서는 그게 아니었음을 말하고, 마찬가지로 1권에서는 복수를 위해 칼을 갈았던 남주가 2권에서는 감정의 늪에 빠졌음에도 그만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장면이 정말 손으로 만져질 만큼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만큼 한껏 몰입되었다.
아마도 이 글에 대한 이렇게 지나친 찬사에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구태의연한 출생의 비밀이나 세세한 설명이 없어 추리하듯 모든 이야기를 꿰맞춰야하는 것에 진절머리 내는 이들에게는 그럴 것이라 예상된다. 이 <각의 유희> 역시 <광란의 귀공자>처럼 어중간한 위치가 아니라 대단한 호평 혹은 대단한 악평 둘 중 한가지를 받을 만한 글이니 말이다.
난 전자다.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다. 이 정도까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럼에도 즐겁다. 또 한 명의 존경할 만한 작가가 생겼다는 점에서 말이다.
청 // 전 뭣 보다도 탄탄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주. 상대와 자신을 파악한 조용함이 때론 그 어떤 것보다 강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2003-08-22
푸시케 // 참, 충격이었습니다. 가선님의 구상능력,글전개방식, 남녀주인공의 갈등묘사등등 ...별다섯! 200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