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제목 : [로맨스] 로맨스에서의 정형성  
번호 : 10     /    작성일 : 2003-08-01 [22:08]
작성자 : 코코


우리가 매번 떠드는 전형성이란 무엇일까? 그 전에 전형인가 정형인가부터 궁금해진다. 나조차도 이것을 혼용해서 쓰고 있는데, 여기서 일단 그 단어의 뜻부터 알아보자,

* 전형 : 어떤 사항에 관해서 기준 또는 규범이 되는 형식 또는 그 형식을 갖춘 대상.

* 정형 定型[명사] : 일정한 틀(본). 일정한 유형.

전형이든 정형이든 형식, 틀 등의 뜻이 있는데 그렇게 보면 둘 다 옳지만, 전형은 수능의 논술 전형 등의 어떠한 전체적인 형식을 말하는 것인 반면, 정형은 그 전형 안의 고착화된 도식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로맨스의 정형성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싶다(혼자 생각이다. 뭐가 정확한 건지는 여러분들의 의견 필!).

정형성, 로맨스에서의 이 정형성은 거의 대부분이 하이틴 로맨스(할리퀸의 전신)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래서 '할리퀸 같은'이란 말이 나오면, 로맨스 매니아들이라면 딱히 정의하지 못하면서도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그 무엇을 떠올린다. 그런데 막상 그 정형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나 역시 그랬고 때문에 지금 그 정형성에 대해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는 데로 한번 분류, 서술해 보겠다. 아마도 이 글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하지만 말이다.


1. 나이에서의 정형성

대부분 차이가 많이 난다. 여자는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중반까지, 남자는 삼십대 초반에서 사십대까지 가능 하다.

나이가 어리다는 건 그만큼 경험이 적어 순수하거나 순결하다는 인상을 준다. 나이가 많다는 건 경험이 많으나 세상의 부정적인 면을 가진, 조금은 시니컬한 남성을 표현하기 적당하다. 십대의 시니컬은 반항으로 일컬어지지만 삼십대의 시니컬은 카리스마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또한 그만큼의 나이 차이는 둘 사이의 갈등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큰 몫을 차지할 수도 있다.


2. 성격에서의 정형성

여자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여리고 보호해주고 싶은 본능을 일으키는 여자와 덜렁되면서도 귀여운 타입의 여자인데, 이런 성격은 남자의 옛애인(혹은 전부인)들과 대비되는 맛이 있다. 옛애인들은 이기적이거나 차가운 성격이 대부분이다.

남자는 과묵하고 매사에 치밀한 성격인데 이런 남자 옆에는 부드럽고 따스한 성격의 조연이 친구로 종종 등장한다.


3. 직업에서의 정형성

여자는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거나 비서 등 사회에서의 한 부속품에 지나지 않으나, 남자는 사장, 목장 주인 등 일단 그 사회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설정이 대부분이다. 직업적 차이는 재산 상태를 결정하고 이로 인해 여자가 남자에게 오해를 받기도 한다.


4. 환경에서의 정형성

여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다.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여전히 어렵다. 남자는 대단한 집안에서 성장하던가 어려운 환경이었더라도 여자를 만날 때쯤엔 자수성가한 다음이다.


5. 둘의 관계에서의 정형성

대부분 종속적 관계에 놓여 있다. 나이 차이나, 직업적 차이, 생활 환경에서의 차이점은 결국 여주가 남주에게 속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6. 도덕성에서의 정형성

남자는 겉으로나 속으로나 언제나 정당해 보인다. 돈이 있으니까 누굴 속이거나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반면 여자는 돈 때문에 오해를 받거나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그게 아니라는 걸 꼭 알려준다. 여자가 하는 행동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남자일 뿐이며 여자의 도덕성은 절대 의심이 가지 않도록 작가는 반드시 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즉, 남자고 여자고 사회적으로 지극히 도덕적인 인물들이다.


7. 아이에 관한 정형성

주인공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여자는 남자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된 남자는 아이를 빌미로 협박해서 여자를 잡아두려고 한다.

남자에게 아이가 있다면, 여자의 모성애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남자는 아이에게서 자신을 배신한 전 부인을 떠올려 아이를 방치하고 있고, 여자는 방치된 아이를 위해 살신성인 하며 결국 전 부인을 극복하고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

여자에게 아이가 있다면, 은 극히 드물다. 있더라도 질투심을 조장하기는커녕 남자의 부성애를 나타내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8. 설정에서의 정형성

사장과 비서, 의붓남매, 후견인과 피후견인, 유산 상속자인 남자와 상속받기 위해 이행해야할 사건의 주체가 되는 여자, 목장주와 가정부, 귀족과 유모, 계약된 관계 등이 있다.




Junk // 동감 동감. 장편에 관한 분석도 듣고 싶습니다. 아니면 작가별 분석이라던가ㅡ 2003-08-02

Jewel // -_- ;;; 그렇지 그럼에도 그렇게 다양하게 나오고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읽는 다는 것이 대단하죠 ? 2003-08-02

'코코' // 장편에 관한 분석이라니...작가별 분석이라니...생각은 해보겠지만 내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아줘ㅡ.ㅡ 2003-08-03

Miney // 정형성에 대한 얘기는 몇 번 봤지만, 코코님의 해석은 또 새롭군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볼 만한...*.*  2003-08-07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리뷰방에 관하여 Junk 2011-05-11
12 [로맨스] 각의 유희 '코코' 2004-03-04
11 [로맨스] 당돌한 제안 '코코' 2004-03-04
10 [만화] 최종병기 그녀 Junk 2004-03-04
9 [로맨스] 어린 그녀 '코코' 2004-03-04
» [로맨스] 로맨스에서의 정형성 '코코' 2004-03-04
7 [로맨스] 광란의 귀공자 [1] Junk 2004-03-04
6 [로맨스] 용담설 '코코' 2004-03-04
5 [로맨스]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 '코코' 2004-03-04
4 [로맨스] LOVECRAFT '코코' 2004-03-04
3 [로맨스] 비의 이름 '코코' 200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