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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맨스] 광란의 귀공자
번호 : 9 / 작성일 : 2003-07-26 [13:00]
작성자 : Junk
나오기 전부터 현란한 삐리리가 있는 프롤로그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그 문제작이다.
<광란의 귀공자>에 대해서 왜 그리 말들이 많은가.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사견이다),
1. 현란한 삐리리(한번 나오는 게 아니다, 각 상황에 맞도록 각각 다른 삐리리가 여러번 나온다. 물론 가장 압권은 프롤로그지만)
2. 로맨스에서는 별로 전형적이지 않은 남주와 여주
일 것이다.
이 작품의 딜레머는 여주인 마리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재미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극 일변도의 작품으로 비춰지기 쉽다는 것이다.
마리라는 여자가 굉장히 특이한 타입이기 때문에 그녀의 감성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느낀 점은 작가 본인은 이해하고 썼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마리라는 여자에게서 때때로 작가 이선미를 보았다.
보통의 경우, 작가 본인이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쓰는 작품은 독자들도 이해시키기 쉽다. 하지만 <광란>의 경우, 마리가 지독한 내면침잠형(;)이기 때문에 조금 힘든 것이다.
마리는 연약한 타입이 아니지만, 또한 그렇다 해서 발랄한 타입도 결코 아니다. 이제까지 로맨스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은 위의 두가지 타입이었다.
남주에게 수동적으로 얽매여 속 터지게 만들면서도 결국 전통적인 여자로서 사랑을 갈취하는, 어떤 의미로 가장 강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닌 여주들과, 발랄하고 때로는 경박하며 언뜻 강해 보이지만 결론은 남주에게 구속되어 버리는 실은 너무나도 약한 여주들. 그들은 결국은 남주에게 휘둘리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들의 주체의식은 대부분 남주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로맨스 독자들은 그런 여주를 당연한 듯 받아 들여왔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는다. 또한 그것이 로맨스라고 믿는다.
마리는 다르다.
그녀는 남주에게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전부를 거는 것이다. 아마 <광란>의 주인공들이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나는 마리 만큼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정말 강하니까.
그녀는 일반 로맨스 여주들과는 달리, 남자에게 구속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여자니까.
마리를 보며 나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주들을 떠올렸다. <연인>의 여주와도 어느 정도 상통하지만 현호를 잃은 시점에서의 마리의 모습은 뒤라스의 중편 Destroy, she said의 여주를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것은 불어 원본은 아니고 오래 전에 LA에 여행갔다가 헌책방에서 산 영문 번역본이다.
지독할 정도로, 모르는 사람 눈에는 폐인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만큼 자기 내면에만 충실한 마리라는 여자에게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뒤라스의 여주를 보고 있었다.
다만.
뒤라스의 소설이 대체로 오픈이거나 언해피인데 반하여,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로맨스다. 마리는 자기 내면에 계속 충실하면서도 외적인 행복도 갈취한다.
나는 이 작품으로 작가 이선미가 퇴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왜냐면 마리에게서 많은 것을 본 나 같은 독자도 있으니까. 짧지만 강렬하고 깊다. 내 감상은 이것이다.
덧붙여 A님이 <광란>에 대해 지적한 단점은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줄거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 없다고 A님은 지적하셨다. 사실은 그 분이 말하는 스토리의 정의는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 얘기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어쨌거나 내 사견으로 <광란>은 A님이 말하는 스토리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글이었다. 아니, 있었다면 <광란>은 외려 특유의 강렬함을 잃었을 것이다.
마리의 행동, 그걸 만든 과거. 그리고 짧은 행동 속에 비치는 내면. 그걸로 족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광란>의 미덕으로 내게는 비춰졌으니까.
전에 써뒀던 겁니다만, 명색이 주인장인데 너무 게으른 것 같아서 올려 봅니다. 사실 리뷰라기도 좀 어설픈;
Miney // 저도 마리가 좋았어요. '광란'에서, 亂은 남주에게 어울릴지는 몰라도, '狂"쪽은 확실히 여주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죠. 미친 사랑... 그래서 멋졌던 여주, 멋졌던 로설이었어요. 2003-07-28 X
꼬꼬 // 독자들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 글이라 생각합니다. 멋집니다 정크님^^ 2003-08-06 X
번호 : 9 / 작성일 : 2003-07-26 [13:00]
작성자 : Junk
나오기 전부터 현란한 삐리리가 있는 프롤로그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그 문제작이다.
<광란의 귀공자>에 대해서 왜 그리 말들이 많은가.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사견이다),
1. 현란한 삐리리(한번 나오는 게 아니다, 각 상황에 맞도록 각각 다른 삐리리가 여러번 나온다. 물론 가장 압권은 프롤로그지만)
2. 로맨스에서는 별로 전형적이지 않은 남주와 여주
일 것이다.
이 작품의 딜레머는 여주인 마리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재미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극 일변도의 작품으로 비춰지기 쉽다는 것이다.
마리라는 여자가 굉장히 특이한 타입이기 때문에 그녀의 감성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느낀 점은 작가 본인은 이해하고 썼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마리라는 여자에게서 때때로 작가 이선미를 보았다.
보통의 경우, 작가 본인이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쓰는 작품은 독자들도 이해시키기 쉽다. 하지만 <광란>의 경우, 마리가 지독한 내면침잠형(;)이기 때문에 조금 힘든 것이다.
마리는 연약한 타입이 아니지만, 또한 그렇다 해서 발랄한 타입도 결코 아니다. 이제까지 로맨스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은 위의 두가지 타입이었다.
남주에게 수동적으로 얽매여 속 터지게 만들면서도 결국 전통적인 여자로서 사랑을 갈취하는, 어떤 의미로 가장 강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취향은 아닌 여주들과, 발랄하고 때로는 경박하며 언뜻 강해 보이지만 결론은 남주에게 구속되어 버리는 실은 너무나도 약한 여주들. 그들은 결국은 남주에게 휘둘리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들의 주체의식은 대부분 남주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로맨스 독자들은 그런 여주를 당연한 듯 받아 들여왔다. 그리고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는다. 또한 그것이 로맨스라고 믿는다.
마리는 다르다.
그녀는 남주에게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전부를 거는 것이다. 아마 <광란>의 주인공들이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나는 마리 만큼은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정말 강하니까.
그녀는 일반 로맨스 여주들과는 달리, 남자에게 구속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여자니까.
마리를 보며 나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주들을 떠올렸다. <연인>의 여주와도 어느 정도 상통하지만 현호를 잃은 시점에서의 마리의 모습은 뒤라스의 중편 Destroy, she said의 여주를 보는 듯하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것은 불어 원본은 아니고 오래 전에 LA에 여행갔다가 헌책방에서 산 영문 번역본이다.
지독할 정도로, 모르는 사람 눈에는 폐인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만큼 자기 내면에만 충실한 마리라는 여자에게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뒤라스의 여주를 보고 있었다.
다만.
뒤라스의 소설이 대체로 오픈이거나 언해피인데 반하여,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로맨스다. 마리는 자기 내면에 계속 충실하면서도 외적인 행복도 갈취한다.
나는 이 작품으로 작가 이선미가 퇴행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왜냐면 마리에게서 많은 것을 본 나 같은 독자도 있으니까. 짧지만 강렬하고 깊다. 내 감상은 이것이다.
덧붙여 A님이 <광란>에 대해 지적한 단점은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줄거리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특별한 사건이 없다고 A님은 지적하셨다. 사실은 그 분이 말하는 스토리의 정의는 나로서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 얘기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어쨌거나 내 사견으로 <광란>은 A님이 말하는 스토리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글이었다. 아니, 있었다면 <광란>은 외려 특유의 강렬함을 잃었을 것이다.
마리의 행동, 그걸 만든 과거. 그리고 짧은 행동 속에 비치는 내면. 그걸로 족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광란>의 미덕으로 내게는 비춰졌으니까.
전에 써뒀던 겁니다만, 명색이 주인장인데 너무 게으른 것 같아서 올려 봅니다. 사실 리뷰라기도 좀 어설픈;
Miney // 저도 마리가 좋았어요. '광란'에서, 亂은 남주에게 어울릴지는 몰라도, '狂"쪽은 확실히 여주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죠. 미친 사랑... 그래서 멋졌던 여주, 멋졌던 로설이었어요. 2003-07-28 X
꼬꼬 // 독자들이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 글이라 생각합니다. 멋집니다 정크님^^ 2003-08-06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