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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762
제목 : [로맨스] 용담설
번호 : 8 / 작성일 : 2003-07-20 [05:38]
작성자 : '코코'
지은이/설두
출판사/도서출판여우
4월 경에 나온 책 중에 가장 나은 작품이었다. 일단 캐릭터들이 살아 있었고, 흡인력이 있는 문제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남주인 단의 무소불위의 소유욕도 마음에 들었고. 읽다보니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뒷부분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처럼 단번에 끝낸 글은 참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 많은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먼저 도입부분.
소설은 보통 기-승-전-결로 되어 있다. 판타지처럼 여러 권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시엔 구성상 첫 권 전체에서 ‘기‘를 만들 수 있으나, 로맨스는 대부분 단 권이며 용담설 역시 단 권이다. 그렇다면 '기' 부분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곧장 주인공의 시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용담설의 주인공은 분명 단과 슬이다. 하지만 ‘기‘의 부분에 해당하는 도입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루와 매, 그리고 화.
이들이 용담설의 주요 사건의 구성체인 주 조연이기는 하나, 결코 주인공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들 이야기를 넣느라 많은 장을 허비하고 있다. 이것은 쳐버려도 될 가지였다.
비록 그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진행상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할 필요는 있었으나 <용담설>은 앞부분에서 너무 그들의 이야기에 치우쳐 마치 그들이 주인공인양 느낌을 주게 했다. 차라리 이들 이야기를 '기‘에서 언급할게 아니라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과거 회상 장면으로 넣었으면 어떨까? 뭐 그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작가는 지루한 이야기를 앞부분에 설정해 초반부터 소설의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게 이 소설의 특이한 소재에 대한 것이다.
<용담설>은 여주인공이 자웅동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여주(?) 슬이 자웅동체이기에 욕정에 사로잡힌 남주 단은 그를 갖기 위해 더 열망한다. 그렇게 갖고 싶고, 안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애를 태우면서 점점 더 슬에게 빠져든다. 그래서 인지 이 글은 육체적 애정신이 많다. ‘승‘과 ‘전‘까지 온통 그 이야기로 집약되어 있다. ‘기‘로 인해 벌어졌던 주요 사건은 끝부분에 가서야 겨우 언급이 될 뿐이고, 소설의 전반적인 이야기 축은 단과 슬의 애정신 뿐이다.
로맨스를 읽다보면 대부분 남자 주인공들의 감정이 육체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거의 정석이다. 나중에야 진정한 사랑이었다 어쩌구, 그녀이기에 그랬다고 저쩌구는 하나,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사랑은 육체적 사랑에서 시작해 정신적 사랑으로 변해간다. <용담설> 역시 그렇다.
여주에게 애달아하는 남주가 처음엔 육체적인 욕구로 안달하다가 점차 정신적인 충족감 역시 가지려 한는 점으로 볼 때, 극히 전형적인 스토리라는 거다. 그래서 이 글이 아무리 자웅동체란 소재를 썼다고 해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로맨스에 규합되어 있으므로 이 소설 역시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자웅동체란 소재는 개인적으로 많이 접했기 때문인지 로맨스에 그 소재를 썼다고 해서 특이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다.
음...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버렸는데, 다른 장르에서는 자주 쓰이나 로맨스에서는 거의 드문 소재를 썼다고 해서 로맨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섣부른 결론 아닐까?
국내 로맨스가 많이 출판되는 요즘, 그동안 국외 로맨스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한국적 색체의 독특한 소재를 사용할 시 로맨스의 새로운 비젼을 제시한다는 평을 징하게도 자주 본다. 난 이 부분에 있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소재는 소재일 뿐이다. 자웅동체건, 죽어라고 괴롭힌 남자를 뻥차고 딴 남자를 찾아 떠나건 간에 그건 소재일뿐, 풀어나가는 과정이 보통의 로맨스와 같다면 이 역시 전형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로맨스의 비젼을 제시한다고 볼만한 글은 소재가 아닌 그 구성에서 따져봐야할 것이다. 색다른 소재를 가지고 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전형성을 탈피한 로맨스를 본 일이 아직 없다. 또한 이미 타 장르에서 많이 선보인 소재를 로맨스에 유입시켰다고 해서 거창하게 비젼을 제시했다라고까지 보기엔 어렵다.
난 흔한 소재라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전개시켜가느냐에 따라 정형성과 비정형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완전히 새로운 비젼의 로맨스는 읽지 못했다(이 글을 쓴 게 5월이었을 거다. 지금은 좀 달리 생각하고 있음^^;).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소설의 에매한 배경 설정이다.
판타지는 그 상상력이 무한대이며 작가에 따라 더 새롭고 다양한 나라가 만들어진다. 때로 기존의 판타지 세계를 비틀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작가도 있고, 처음부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작가도 있다. 그 어떤 것이든 환타스틱한 세상은 나름의 설정을 지니고 있다.
용담설은 판타지적 로맨스 소설이다. 그러나 로맨스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정작 판타지 부분에선 대단히 소홀했다. 작가가 설정한 세상은 그저 작가만이 알뿐, 독자들은 이해할 수도 없는 곳이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작가가 여긴 이래, 그러니 니들도 그렇게 생각해, 라고 한다면 독자는 그저 감내하고 넘어가야하는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로맨스를 읽는 독자들 중에는 판타지를 읽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이 용담설에서 보여지는 배경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판타지를 좋아하기 때문인지 그 미흡한 설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 판타지는 여러 권으로 나오고 로맨스는 단 권 치기인데, 이 단 권 안에서 배경 설정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최소한의 설명을 요구하는 거다. 작가가 만든 그 나라에 대한 독자가 공감할 수 있을만한 그 어떤 설명이라도 좋다.
왜 그 나라는 인간이 신으로 선택되는가? 그 나라는 어떤 모양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라는 어떻게 통치되고, 게량 단위 같은 것은 어떤 걸로 이루어져 있는가? 언어는 무엇을 쓰는가? 등등 같은 설명 말이다. 용담설엔 이러한 설명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만일 작가가 아무 생각없이 단지 그런 내용을 쓰고 싶어서 판타지로 하면 좋겠다 싶어 쉽게 배경 설정을 한 것이라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개인의 창작물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이상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창작이 있어 독자가 있듯이, 독자가 있기에 창작이 있다. 작가의 창작물은 혼자만을 위한 자위적 배설구가 아니란 뜻이다. 독자와 공유해야하고, 그러자면 작가는 독자를 위해 최소한 지켜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용담설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대단히 미흡했기에 읽고 나서도 많은 아쉬움을 갖고 말았다. 그러나 용담설 작가의 호흡력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기에 이 작가의 다음 작을 기대한다.
디프네 // 읽어야지 하며 책장에 그대로 꽂혀 있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리뷰들이 상당히 괜찮아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2003-07-22
코코 // 꼭 읽어보세요. 전 간만에 꽤 마음에 들었던 글입니다^^ 2003-07-22
번호 : 8 / 작성일 : 2003-07-20 [05:38]
작성자 : '코코'
지은이/설두
출판사/도서출판여우
4월 경에 나온 책 중에 가장 나은 작품이었다. 일단 캐릭터들이 살아 있었고, 흡인력이 있는 문제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남주인 단의 무소불위의 소유욕도 마음에 들었고. 읽다보니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뒷부분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처럼 단번에 끝낸 글은 참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그 많은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먼저 도입부분.
소설은 보통 기-승-전-결로 되어 있다. 판타지처럼 여러 권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시엔 구성상 첫 권 전체에서 ‘기‘를 만들 수 있으나, 로맨스는 대부분 단 권이며 용담설 역시 단 권이다. 그렇다면 '기' 부분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곧장 주인공의 시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용담설의 주인공은 분명 단과 슬이다. 하지만 ‘기‘의 부분에 해당하는 도입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루와 매, 그리고 화.
이들이 용담설의 주요 사건의 구성체인 주 조연이기는 하나, 결코 주인공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들 이야기를 넣느라 많은 장을 허비하고 있다. 이것은 쳐버려도 될 가지였다.
비록 그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진행상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할 필요는 있었으나 <용담설>은 앞부분에서 너무 그들의 이야기에 치우쳐 마치 그들이 주인공인양 느낌을 주게 했다. 차라리 이들 이야기를 '기‘에서 언급할게 아니라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서 과거 회상 장면으로 넣었으면 어떨까? 뭐 그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작가는 지루한 이야기를 앞부분에 설정해 초반부터 소설의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게 이 소설의 특이한 소재에 대한 것이다.
<용담설>은 여주인공이 자웅동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여주(?) 슬이 자웅동체이기에 욕정에 사로잡힌 남주 단은 그를 갖기 위해 더 열망한다. 그렇게 갖고 싶고, 안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애를 태우면서 점점 더 슬에게 빠져든다. 그래서 인지 이 글은 육체적 애정신이 많다. ‘승‘과 ‘전‘까지 온통 그 이야기로 집약되어 있다. ‘기‘로 인해 벌어졌던 주요 사건은 끝부분에 가서야 겨우 언급이 될 뿐이고, 소설의 전반적인 이야기 축은 단과 슬의 애정신 뿐이다.
로맨스를 읽다보면 대부분 남자 주인공들의 감정이 육체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거의 정석이다. 나중에야 진정한 사랑이었다 어쩌구, 그녀이기에 그랬다고 저쩌구는 하나,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사랑은 육체적 사랑에서 시작해 정신적 사랑으로 변해간다. <용담설> 역시 그렇다.
여주에게 애달아하는 남주가 처음엔 육체적인 욕구로 안달하다가 점차 정신적인 충족감 역시 가지려 한는 점으로 볼 때, 극히 전형적인 스토리라는 거다. 그래서 이 글이 아무리 자웅동체란 소재를 썼다고 해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로맨스에 규합되어 있으므로 이 소설 역시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자웅동체란 소재는 개인적으로 많이 접했기 때문인지 로맨스에 그 소재를 썼다고 해서 특이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다.
음...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버렸는데, 다른 장르에서는 자주 쓰이나 로맨스에서는 거의 드문 소재를 썼다고 해서 로맨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섣부른 결론 아닐까?
국내 로맨스가 많이 출판되는 요즘, 그동안 국외 로맨스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한국적 색체의 독특한 소재를 사용할 시 로맨스의 새로운 비젼을 제시한다는 평을 징하게도 자주 본다. 난 이 부분에 있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소재는 소재일 뿐이다. 자웅동체건, 죽어라고 괴롭힌 남자를 뻥차고 딴 남자를 찾아 떠나건 간에 그건 소재일뿐, 풀어나가는 과정이 보통의 로맨스와 같다면 이 역시 전형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로맨스의 비젼을 제시한다고 볼만한 글은 소재가 아닌 그 구성에서 따져봐야할 것이다. 색다른 소재를 가지고 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전형성을 탈피한 로맨스를 본 일이 아직 없다. 또한 이미 타 장르에서 많이 선보인 소재를 로맨스에 유입시켰다고 해서 거창하게 비젼을 제시했다라고까지 보기엔 어렵다.
난 흔한 소재라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전개시켜가느냐에 따라 정형성과 비정형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완전히 새로운 비젼의 로맨스는 읽지 못했다(이 글을 쓴 게 5월이었을 거다. 지금은 좀 달리 생각하고 있음^^;).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소설의 에매한 배경 설정이다.
판타지는 그 상상력이 무한대이며 작가에 따라 더 새롭고 다양한 나라가 만들어진다. 때로 기존의 판타지 세계를 비틀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작가도 있고, 처음부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작가도 있다. 그 어떤 것이든 환타스틱한 세상은 나름의 설정을 지니고 있다.
용담설은 판타지적 로맨스 소설이다. 그러나 로맨스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정작 판타지 부분에선 대단히 소홀했다. 작가가 설정한 세상은 그저 작가만이 알뿐, 독자들은 이해할 수도 없는 곳이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작가가 여긴 이래, 그러니 니들도 그렇게 생각해, 라고 한다면 독자는 그저 감내하고 넘어가야하는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로맨스를 읽는 독자들 중에는 판타지를 읽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이 용담설에서 보여지는 배경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판타지를 좋아하기 때문인지 그 미흡한 설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 판타지는 여러 권으로 나오고 로맨스는 단 권 치기인데, 이 단 권 안에서 배경 설정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최소한의 설명을 요구하는 거다. 작가가 만든 그 나라에 대한 독자가 공감할 수 있을만한 그 어떤 설명이라도 좋다.
왜 그 나라는 인간이 신으로 선택되는가? 그 나라는 어떤 모양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라는 어떻게 통치되고, 게량 단위 같은 것은 어떤 걸로 이루어져 있는가? 언어는 무엇을 쓰는가? 등등 같은 설명 말이다. 용담설엔 이러한 설명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만일 작가가 아무 생각없이 단지 그런 내용을 쓰고 싶어서 판타지로 하면 좋겠다 싶어 쉽게 배경 설정을 한 것이라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개인의 창작물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시작하면 그것은 더이상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창작이 있어 독자가 있듯이, 독자가 있기에 창작이 있다. 작가의 창작물은 혼자만을 위한 자위적 배설구가 아니란 뜻이다. 독자와 공유해야하고, 그러자면 작가는 독자를 위해 최소한 지켜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용담설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대단히 미흡했기에 읽고 나서도 많은 아쉬움을 갖고 말았다. 그러나 용담설 작가의 호흡력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기에 이 작가의 다음 작을 기대한다.
디프네 // 읽어야지 하며 책장에 그대로 꽂혀 있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리뷰들이 상당히 괜찮아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2003-07-22
코코 // 꼭 읽어보세요. 전 간만에 꽤 마음에 들었던 글입니다^^ 200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