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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맨스] LOVECRAFT
번호 : 4 / 작성일 : 2003-07-17 [02:24]
작성자 : '코코'
지은이/정숙영
출판사/영언문화사
정숙영이란 작가는 얼마 전 알게 된 사람이다. 처음 그녀의 노래를 듣고 인간적으로 반해 버린 사람이다. 점차 알게 될수록 노래보다 그 인간성에 더 반해버린 편이지만. 글이야기는 안하고 왠 인간성 타령이냐고? 그야 이 글을 읽고 좋은 말이 아닌 비평을 원한 작가의 뜻에 따라 이제부터 비평을 하려고 하는데 다짜고짜 앞에서부터 꼬집자니 미안해서 혼자 중얼거리는 거다.
자, 서론은 그만 하고 이제 시작해 보자.
꼬집기에 앞서, 참 재미있게 읽었음을 말한다. 속도감 있는 필체로 빠르게 전개해나가는 스토리에 흠뻑 빠졌다가 나왔다. 연상연하 커플은 그동안 몇 명 나왔는데 <러브크래프트>에서는 색다른 연상연하 커플 모드를 보여준다. 독창성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더불어 메신저 모드를 깔끔하게 처리한 편집인에게도 박수를(사심이 들어가지 않았다고는 말 못한다-_-).
하지만 이 글은 로맨스 매니아들에게는 쉽게 어필하기 곤란한 그 무엇이 있다. 장르는 장르만의 특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 글은 그 특성을 겉돌기만 했을 뿐이라 로맨스 독자들에게는 과히 좋은 평을 받기 어려울 터이다. 사실 이 글은 게임과 이모티콘에 열광하는 십대를 타켓으로 하고 있으니 온라인의 독자들에게 쓴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판매량엔 큰 차질은 없을 거라 보지만, 앞서 말했듯 작가가 내게 직접 꼬집어달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이 글에 대한 적나라한 꼬집기를 해볼까 한다(근데 도대체 내 뭘 보고 그래달라고 했던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_-a)
먼저, 이 글은 장르 속의 장르가 되어버려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 무슨 말인지 다들 대충 눈치를 챘을 거다. 그렇다. 스타크래프트. 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이 글에 나오는 질럿이라든가 벙커라든가 하는 용어는 굳이 주석을 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석이 된다. 제목도 <러브크래프트>고 남주가 '프로게이머'이니 이 글에서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할 거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괴리감이 생기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로맨스 독자들은 여자다. 포르노가 남성의 환상인 대신 로맨스는 여성의 환상이라 불릴만큼 로맨스의 주독자층은 여자다. 그들 중에 게임을, 특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사람들 중 <러브크래프트>를 읽으며 거기에 나오는 게임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석할 %은 몇이나 될까란 소리다.
물론 전혀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만큼 멍청하진 않다. 단지, 한번 틀을 정해보자는 거다. 이 소설은 로맨스란 타이틀을 걸고 나왔으므로 일단 일반 독자층은 제해보자. 로맨스 독자층은 대략 그 수가 일정한데 그 안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줄 아는 독자로 집약시켜보자. 거기에 그들 중에도 보수적이지 않은-이유는 밑에 나온다- 독자로 축약해보자.
이렇게 따지다보면 그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러브크래프트>를 읽고 참맛을 터득할 수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소리다.
장르도 장르 안에서의 장르을 갖고 있다. 국외에서는 그 장르만 즐기는 이들을 위해 구분이 되어 나온다. 하지만 국내물엔 아직까지 역사물과 현대물로만 나뉘고 있는 실정이라, 신간이 나오면 둘 중 하나란 간단한 생각으로 그 책을 집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 중에 스타를 아는 이들은 극히 한정적일 것이다.
글은 독자가 읽기 편해야한다. 특정 용어에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문장을 눈으로 쫓는데 무리가 없게 쉬워야한다. 그 점에 있어서 <러브크래프트>는 전체적인 로맨스 독자층을 만족시키기엔 애초부터 무리수를 갖고 있었다.
둘째,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인해 심리적 묘사의 정적인 느낌을 되씹는 독자들을 소외시켰다.
- 이 글의 장점은 속도감이다. 치고 빠지기 전법이 잘 활용된 케이스이다. 톡톡 튀는 문체처럼 여러 사건을 빠르게 전개시켜 나가 다 읽고 나니 게임 한판을 끝낸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장점이 바로 로맨스 독자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다 게 흠이다.
길지도 않은 소설에 벌어지는 일들은 많다. 대신 심리적 묘사는 극히 드물다. 작가는 주인공들 간의 심리적 갈등을 간간히 몇 문장으로 설명해 주고 있지만, 현재의 로맨스 독자들은 그런 것들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몇 번의 반복과 심리적 변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지 않을 시에는 남주가 왜 여주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여주가 왜 남자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는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읽어준다면 금방 알 수 있음에도, 독자들은 작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 문장 한 문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로맨스는 주인공들 간의 심리를 따라가며 감정을 이입하고 웃고 울은 후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져야 만족하며 책을 덮는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 이는 답답한 일이나, 현실이 그런 것을 어쩌랴...
<러브크래프트>는 심리 묘사보다는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잠시의 쉴 틈이 주어지지 않고 다음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 독자들은 빠른 전개 속에 감정 이입할 시기를 놓치게 되고, 결국 여주도 남주도 그 누구에게도 감정을 이입 시키지 못하고 책을 다 읽어버렸다. 여주가 당할 때 울고 짜고에 길들여진 이들일 테니 한번의 이입도 없이 책을 다 읽어버렸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짐작이 된다. 즉, 장점이 너무 지나쳐 장르를 즐기는 독자를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셋째, 여주의 생활 패턴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 여주는 한 마디로 백수다. 팽팽 놀면서 선배가 물어다주는 일감을 가지고 하루 하루 연명해 살고 있다. 돈이 없으면 카드를 긁느라 급료가 들어오면 그거 막는데 다 쓴다. 게다가 골초다. 그동안의 로맨스에서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는 여주는 없다. 또한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방바닥을 뒹군다. 처음에야 술김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나중에는 익숙하게 민준과 휴일 낮을 뒹굴며 보낸다(섹스를 한다는 게 아니라 만화책을 보는 등을 하며 말 그대로 바닥을 뒹군다). 그 밖에도 기타 등등 하는 여주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비춰진다. 실제로 <러브크래프트>에 나오는 여주의 모습에서 자신의 습관 한두 가지 정도 찾는 이들이 종종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로맨스란 장르를 접하며 내가 느낀 것 중 하나가 이 바닥이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거다. 로맨스에 자주 나오는 섹스신과 혼인전 동거 등을 비춰볼 때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여주들은 순결을 지키고 있거나, 남자와 한방에 있는 것도 극히 꺼리거나, 담배를 피는 남주에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바른 생활 패턴을 지니거나 등등으로 보수주의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어야한다. 또한 독자들은 그런 여주를 당연시 하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 영아 같은 여주를 내놨으니 안 좋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거다.
게다가 이런 여자가 잘난 남자 둘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있으니...독자는 여자고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도 여자다. 여자들에게 여자를 잘 보이려면 여주들은 뭔가가 부족하거나 여자가 볼 때 매력적이어야한다. 코믹 로맨스에 있어 극히 평범하며 덜렁대는 여주들도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는 매력적으로 비춰지도록 그려져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작가가 여자니까. 또한 독자들도 대부분 여자니까. 여주가 덜렁댄다던가 음식을 못하는 등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남자들이 이걸 매력적으로 본다는 둥의 문장 몇 줄만 첨부해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아처럼 실수를 미안해하지 않고 뻔뻔하게 나온다면 그건 같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뻔뻔한 여자란 소리만 듣게 된다. 여주는 고달프다. 너무 완벽하지도 너무 허술하지도 않아야한다. 적당한 선 그 어디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어야 한다. 독자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절 수 없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에서 그려진 여주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독자들에게 자괴감을 팍팍 들게 하거나, 혹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이러한 여주가 보기 좋은 떡 두 개를 놓고 재보고 있으니 독자들로써는 이 얼마나 질투가 날 상황인가? 그래서 아마도 여주에 대한 좋은 평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보수적이란 소리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로맨스에 나오는 두 남녀는 지극히 원론적인 패턴 이후 결혼에 성공한다는, 그래서 에버에프터 해피로 산다는 게, 갓 결혼한 신혼부부 4쌍 중 2쌍이 이혼한다는 이러한 현실에 비춰볼 때 이 바닥이 얼마나 보수적인 장르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가끔 미래관적 가족구성원을 역설했던 앨빈 토플러가 이러한 장르적 성향에 대해 어떤 말을 해줄지 심히 궁금해진다.
넷째, 민준이란 캐릭터에 일관성이 없다.
- 들은 풍월에 따르면 수정하기 전의 민준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아마 책에서보다 매력적이라 주인공인 조유민을 한판승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케이오패 당한 조유민이고 때문에 자연히 민준은 과감하게 수정되지 않았을 수 없었으리라. 그런데 이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처음의 민준의 이미지는 매력적인 성공남이다. 대기업의 잘나가는 대리고 능력 좋고, 음식 솜씨까지 있고, 여주의 땡깡도 잘 받아주는 그야 말로 로맨스의 전형적인 주인공감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인가 이 녀석의 캐릭터가 변하기 시작했다. 딱히 어디라고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영아가 친구 미정과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부터랄까?
뜬금없이 미정은 민준과 팔짱을 끼는 등 러브모드에 진입 중이란 말을 한다. 그 전에 영아에게만 신경을 쓰는 것 같은 민준의 모습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황당무게한 장면이었다. 그 이후 펼쳐지는 민준은 앞의 민준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걸 알면서도 영아는 여전히 민준과 그럭저럭 관계를 유지한다.
차라리 계속 매력적인 남자로 내버려뒀다면 어땠을까? 일관적인 캐릭터로 두고 그런 민준과 허황된 꿈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조유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영아의 모습을 첨가했더라면 어땠을까?
사실 이렇게나 완벽한 남자-중간에 조금 틀어지기는 했지만-와 그렇게나 사랑스러운 조유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영아를 독자들은 엄청 미워하고 있으니 민준의 캐릭터를 더 완벽한 남으로 만든다면 그 결과는 과히 예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는 걸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난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 영아가 민준이 아닌 조유민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득을 위해 민준의 캐릭터를 변화시킨 것은 어쩌면 지나친 수정이 가져온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다른 글이었다면 완벽하게 남주감이었을 민준을 뻥차고 그 보다는 나이도 적고, 대중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아직은 남성으로써의 매력은 별로 없는 남자를 선택하는 여주인공을 그렸더라면 차라리 이 소설은 다른 느낌으로 신선했을 거다.
다섯째, 이 글이 표방한 것은 로맨스이나 정작 그 안에 로맨스는 없다.
- 로맨스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남녀 이 두 주인공간의 뭐시기 뭐시기다. 남녀간의 밀고 당기고에 적당히 양념을 쳐주며 맛을 보여주는 게 바로 로맨스다. <러브크레프트>엔 세 명의 남녀가 존재하는데, 처음부터 등장하는 인물이 민준이었기에 영아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은 혼선을 주다가, 동시에 아직은 남성이라기 보다는 보호해주고 싶은 동생 스타일의 유민이 나타난다. 이들은 영아를 오롯이 해바라기 하는데, 솔직히 민준이 영아를 좋아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기 힘들었다. 그냥 결혼하고 싶어서? 왜? 괜히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민준 정도 되는 남자라면 솔직히 영아보다는 더 괜찮은 여자를 잡을 능력이 되지 않나? 그런 남자가 영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그런 설명이 부족해 재미있게 읽고 있던 나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아 역시 그렇다. 민준같은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좋아하던 남자도 자주 만나니 이 어찌 해피한 모드가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남자복 터진 영아. 그런데도 그녀의 심리적 방황은 극히 드물었다. 앞서 언급했듯 심리 묘사가 제한적이라 빠른 속도로 책을 넘기다 보면 그 심리를 미처 캐치 하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있다. 게다가 여주는 누구를 선택해야할지 약간 고민을 하다가도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즐긴다. 고민을 피하고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넘어간다. 로맨스 독자들은 이때 여주가 고민을 진지하게 해주길 원한다. 현 상태를 풀어써서 독자들도 아, 얘가 지금 이런 거구나 하고 공감하게 해줄 수 있길 원한다. 한 마디로 땅파야한다는 소리다. 그런 사람들에게 갈등도 고민도 피하고 싶어 하는 여주는 결코 환영을 받기 어렵다.
유민의 감정은 어느 정도 따라가기 쉽게 되어 있다.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극복도 적당히 풀어주었고, 영아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는 장면도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깊지는 않다. 그저 몇 문장, 그저 몇 개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으니 독자들은 이 역시 에매하게 받아들이고 넘어갔을 것이다.
이런 세 사람이 사랑을 한다고 하니 감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던 독자들은 마무리로 갈수록 점차 황당하고 어이 없어지지 않을까?
남녀의 사랑은 일종의 줄다리가 같은 것이라 힘의 균형이 누구에게 쏠리냐에 따라 글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보통의 로맨스는 여주나 남주 둘 중 하나에게 그 균형이 쏠려 글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에서는 어중간한 심리의 세 명이 나와 글을 풀어가고 있으니 그 중 누구에게 초점을 맞춰야하는지 도통 모르는 독자들로써는 이 소설의 재미를 미처 느끼기도 전에 결말과 맞닿트리고 말았을 터이다.
작가는 굉장히 소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글도 그처럼 굉장히 현실적이고, 독특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신선했고, 새로웠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로맨스 독자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솔직히 이 글은 그녀의 로맨스에서의 첫권이라 다음 권을 보기 전까지 작가만의 특징을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만일 이런 식의 글을 계속 해서 써나간다면 로맨스 코드와는 미묘한 곳에서 어긋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쓰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반대로 신선함을 지속할 수만 있다면 이런 문체와 스타일로 나가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것 역시 이 작가의 고정적인 특징이 될 것이며, 나름의 독자층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니까. 대신, 전통 로맨스를 이런 식으로 쓸 생각이라면 그건 말리고 싶다. 그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두 발을 걸치고 서있는 것일 뿐, 이쪽도 저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제 무덤만 파게 될 테니까.
로맨스는 독자들에게 환상이다. 그 환상을 충족시키주는 것이 작가들이 할 일이다. 하지만 때로 이렇게 환상이 아닌, 현실에 지극히 충실한 글들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에게 <러브크래프트>는 꽤 신선하고 자극적인 글이었다. 작가의 다음 책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할만큼.
사족인데...조유민이 길 거리를 걸을 때 혹은 카페에 들어섰을 때 일반인들이 조유민을 알아보고 열광한다는 건 좀 오버였다. 게임방에서야 조유민을 신성시하는 아이들이 지천에 널려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게이머란 색다른 직업을 가진 어린애들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니까. 그 장르 안에서 보는 최고는 진짜 최고겠지만, 장르 밖의 인간들에게는 그들 역시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다.
디프네 저도 며칠전 이 책을 읽으려고 도전했다가 아직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책의 소재가 되는 게임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다..인물 캐릭터에 적응이 쉽사리 되지 않더라구요^^;; 2003-07-18
Junk 스타크를 모르는 사람이 읽을 때 어려울 수 있을 거다...란 부분에 대해서는 전에 웹에서 읽고 담당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별로 문제시하시지를 않더군요; 그 때 좀 더 강하게 말씀을 드려볼 것을...; 2003-07-20
정박사 아싸.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걸 원했어요!!!!! (아, 까페나 길거리에서는 제 경험담입니다. 임요환군과 어쩌다 같이 댕기다 보면 싸인열풍이;;;) 2003-07-26
번호 : 4 / 작성일 : 2003-07-17 [02:24]
작성자 : '코코'
지은이/정숙영
출판사/영언문화사
정숙영이란 작가는 얼마 전 알게 된 사람이다. 처음 그녀의 노래를 듣고 인간적으로 반해 버린 사람이다. 점차 알게 될수록 노래보다 그 인간성에 더 반해버린 편이지만. 글이야기는 안하고 왠 인간성 타령이냐고? 그야 이 글을 읽고 좋은 말이 아닌 비평을 원한 작가의 뜻에 따라 이제부터 비평을 하려고 하는데 다짜고짜 앞에서부터 꼬집자니 미안해서 혼자 중얼거리는 거다.
자, 서론은 그만 하고 이제 시작해 보자.
꼬집기에 앞서, 참 재미있게 읽었음을 말한다. 속도감 있는 필체로 빠르게 전개해나가는 스토리에 흠뻑 빠졌다가 나왔다. 연상연하 커플은 그동안 몇 명 나왔는데 <러브크래프트>에서는 색다른 연상연하 커플 모드를 보여준다. 독창성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더불어 메신저 모드를 깔끔하게 처리한 편집인에게도 박수를(사심이 들어가지 않았다고는 말 못한다-_-).
하지만 이 글은 로맨스 매니아들에게는 쉽게 어필하기 곤란한 그 무엇이 있다. 장르는 장르만의 특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 글은 그 특성을 겉돌기만 했을 뿐이라 로맨스 독자들에게는 과히 좋은 평을 받기 어려울 터이다. 사실 이 글은 게임과 이모티콘에 열광하는 십대를 타켓으로 하고 있으니 온라인의 독자들에게 쓴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판매량엔 큰 차질은 없을 거라 보지만, 앞서 말했듯 작가가 내게 직접 꼬집어달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이 글에 대한 적나라한 꼬집기를 해볼까 한다(근데 도대체 내 뭘 보고 그래달라고 했던 것인지 아직도 궁금하다-_-a)
먼저, 이 글은 장르 속의 장르가 되어버려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 무슨 말인지 다들 대충 눈치를 챘을 거다. 그렇다. 스타크래프트. 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이 글에 나오는 질럿이라든가 벙커라든가 하는 용어는 굳이 주석을 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석이 된다. 제목도 <러브크래프트>고 남주가 '프로게이머'이니 이 글에서 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더 이상할 거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괴리감이 생기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로맨스 독자들은 여자다. 포르노가 남성의 환상인 대신 로맨스는 여성의 환상이라 불릴만큼 로맨스의 주독자층은 여자다. 그들 중에 게임을, 특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 사람들 중 <러브크래프트>를 읽으며 거기에 나오는 게임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석할 %은 몇이나 될까란 소리다.
물론 전혀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만큼 멍청하진 않다. 단지, 한번 틀을 정해보자는 거다. 이 소설은 로맨스란 타이틀을 걸고 나왔으므로 일단 일반 독자층은 제해보자. 로맨스 독자층은 대략 그 수가 일정한데 그 안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줄 아는 독자로 집약시켜보자. 거기에 그들 중에도 보수적이지 않은-이유는 밑에 나온다- 독자로 축약해보자.
이렇게 따지다보면 그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러브크래프트>를 읽고 참맛을 터득할 수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소리다.
장르도 장르 안에서의 장르을 갖고 있다. 국외에서는 그 장르만 즐기는 이들을 위해 구분이 되어 나온다. 하지만 국내물엔 아직까지 역사물과 현대물로만 나뉘고 있는 실정이라, 신간이 나오면 둘 중 하나란 간단한 생각으로 그 책을 집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 중에 스타를 아는 이들은 극히 한정적일 것이다.
글은 독자가 읽기 편해야한다. 특정 용어에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문장을 눈으로 쫓는데 무리가 없게 쉬워야한다. 그 점에 있어서 <러브크래프트>는 전체적인 로맨스 독자층을 만족시키기엔 애초부터 무리수를 갖고 있었다.
둘째,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인해 심리적 묘사의 정적인 느낌을 되씹는 독자들을 소외시켰다.
- 이 글의 장점은 속도감이다. 치고 빠지기 전법이 잘 활용된 케이스이다. 톡톡 튀는 문체처럼 여러 사건을 빠르게 전개시켜 나가 다 읽고 나니 게임 한판을 끝낸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장점이 바로 로맨스 독자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다 게 흠이다.
길지도 않은 소설에 벌어지는 일들은 많다. 대신 심리적 묘사는 극히 드물다. 작가는 주인공들 간의 심리적 갈등을 간간히 몇 문장으로 설명해 주고 있지만, 현재의 로맨스 독자들은 그런 것들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몇 번의 반복과 심리적 변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지 않을 시에는 남주가 왜 여주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여주가 왜 남자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는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읽어준다면 금방 알 수 있음에도, 독자들은 작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 문장 한 문장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로맨스는 주인공들 간의 심리를 따라가며 감정을 이입하고 웃고 울은 후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져야 만족하며 책을 덮는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 이는 답답한 일이나, 현실이 그런 것을 어쩌랴...
<러브크래프트>는 심리 묘사보다는 벌어지는 일들에 관한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잠시의 쉴 틈이 주어지지 않고 다음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 독자들은 빠른 전개 속에 감정 이입할 시기를 놓치게 되고, 결국 여주도 남주도 그 누구에게도 감정을 이입 시키지 못하고 책을 다 읽어버렸다. 여주가 당할 때 울고 짜고에 길들여진 이들일 테니 한번의 이입도 없이 책을 다 읽어버렸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짐작이 된다. 즉, 장점이 너무 지나쳐 장르를 즐기는 독자를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셋째, 여주의 생활 패턴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 여주는 한 마디로 백수다. 팽팽 놀면서 선배가 물어다주는 일감을 가지고 하루 하루 연명해 살고 있다. 돈이 없으면 카드를 긁느라 급료가 들어오면 그거 막는데 다 쓴다. 게다가 골초다. 그동안의 로맨스에서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는 여주는 없다. 또한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방바닥을 뒹군다. 처음에야 술김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나중에는 익숙하게 민준과 휴일 낮을 뒹굴며 보낸다(섹스를 한다는 게 아니라 만화책을 보는 등을 하며 말 그대로 바닥을 뒹군다). 그 밖에도 기타 등등 하는 여주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비춰진다. 실제로 <러브크래프트>에 나오는 여주의 모습에서 자신의 습관 한두 가지 정도 찾는 이들이 종종 있었을 터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로맨스란 장르를 접하며 내가 느낀 것 중 하나가 이 바닥이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거다. 로맨스에 자주 나오는 섹스신과 혼인전 동거 등을 비춰볼 때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여주들은 순결을 지키고 있거나, 남자와 한방에 있는 것도 극히 꺼리거나, 담배를 피는 남주에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바른 생활 패턴을 지니거나 등등으로 보수주의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어야한다. 또한 독자들은 그런 여주를 당연시 하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 영아 같은 여주를 내놨으니 안 좋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거다.
게다가 이런 여자가 잘난 남자 둘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있으니...독자는 여자고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도 여자다. 여자들에게 여자를 잘 보이려면 여주들은 뭔가가 부족하거나 여자가 볼 때 매력적이어야한다. 코믹 로맨스에 있어 극히 평범하며 덜렁대는 여주들도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는 매력적으로 비춰지도록 그려져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작가가 여자니까. 또한 독자들도 대부분 여자니까. 여주가 덜렁댄다던가 음식을 못하는 등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남자들이 이걸 매력적으로 본다는 둥의 문장 몇 줄만 첨부해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아처럼 실수를 미안해하지 않고 뻔뻔하게 나온다면 그건 같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뻔뻔한 여자란 소리만 듣게 된다. 여주는 고달프다. 너무 완벽하지도 너무 허술하지도 않아야한다. 적당한 선 그 어디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어야 한다. 독자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절 수 없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에서 그려진 여주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독자들에게 자괴감을 팍팍 들게 하거나, 혹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이러한 여주가 보기 좋은 떡 두 개를 놓고 재보고 있으니 독자들로써는 이 얼마나 질투가 날 상황인가? 그래서 아마도 여주에 대한 좋은 평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보수적이란 소리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로맨스에 나오는 두 남녀는 지극히 원론적인 패턴 이후 결혼에 성공한다는, 그래서 에버에프터 해피로 산다는 게, 갓 결혼한 신혼부부 4쌍 중 2쌍이 이혼한다는 이러한 현실에 비춰볼 때 이 바닥이 얼마나 보수적인 장르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가끔 미래관적 가족구성원을 역설했던 앨빈 토플러가 이러한 장르적 성향에 대해 어떤 말을 해줄지 심히 궁금해진다.
넷째, 민준이란 캐릭터에 일관성이 없다.
- 들은 풍월에 따르면 수정하기 전의 민준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아마 책에서보다 매력적이라 주인공인 조유민을 한판승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케이오패 당한 조유민이고 때문에 자연히 민준은 과감하게 수정되지 않았을 수 없었으리라. 그런데 이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처음의 민준의 이미지는 매력적인 성공남이다. 대기업의 잘나가는 대리고 능력 좋고, 음식 솜씨까지 있고, 여주의 땡깡도 잘 받아주는 그야 말로 로맨스의 전형적인 주인공감이다. 그런데 어디서부터인가 이 녀석의 캐릭터가 변하기 시작했다. 딱히 어디라고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영아가 친구 미정과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부터랄까?
뜬금없이 미정은 민준과 팔짱을 끼는 등 러브모드에 진입 중이란 말을 한다. 그 전에 영아에게만 신경을 쓰는 것 같은 민준의 모습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황당무게한 장면이었다. 그 이후 펼쳐지는 민준은 앞의 민준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걸 알면서도 영아는 여전히 민준과 그럭저럭 관계를 유지한다.
차라리 계속 매력적인 남자로 내버려뒀다면 어땠을까? 일관적인 캐릭터로 두고 그런 민준과 허황된 꿈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조유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영아의 모습을 첨가했더라면 어땠을까?
사실 이렇게나 완벽한 남자-중간에 조금 틀어지기는 했지만-와 그렇게나 사랑스러운 조유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영아를 독자들은 엄청 미워하고 있으니 민준의 캐릭터를 더 완벽한 남으로 만든다면 그 결과는 과히 예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라는 걸 충분히 안다. 그럼에도 난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 영아가 민준이 아닌 조유민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득을 위해 민준의 캐릭터를 변화시킨 것은 어쩌면 지나친 수정이 가져온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다른 글이었다면 완벽하게 남주감이었을 민준을 뻥차고 그 보다는 나이도 적고, 대중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아직은 남성으로써의 매력은 별로 없는 남자를 선택하는 여주인공을 그렸더라면 차라리 이 소설은 다른 느낌으로 신선했을 거다.
다섯째, 이 글이 표방한 것은 로맨스이나 정작 그 안에 로맨스는 없다.
- 로맨스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남녀 이 두 주인공간의 뭐시기 뭐시기다. 남녀간의 밀고 당기고에 적당히 양념을 쳐주며 맛을 보여주는 게 바로 로맨스다. <러브크레프트>엔 세 명의 남녀가 존재하는데, 처음부터 등장하는 인물이 민준이었기에 영아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 같은 혼선을 주다가, 동시에 아직은 남성이라기 보다는 보호해주고 싶은 동생 스타일의 유민이 나타난다. 이들은 영아를 오롯이 해바라기 하는데, 솔직히 민준이 영아를 좋아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기 힘들었다. 그냥 결혼하고 싶어서? 왜? 괜히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민준 정도 되는 남자라면 솔직히 영아보다는 더 괜찮은 여자를 잡을 능력이 되지 않나? 그런 남자가 영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 그런 설명이 부족해 재미있게 읽고 있던 나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아 역시 그렇다. 민준같은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좋아하던 남자도 자주 만나니 이 어찌 해피한 모드가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남자복 터진 영아. 그런데도 그녀의 심리적 방황은 극히 드물었다. 앞서 언급했듯 심리 묘사가 제한적이라 빠른 속도로 책을 넘기다 보면 그 심리를 미처 캐치 하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있다. 게다가 여주는 누구를 선택해야할지 약간 고민을 하다가도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즐긴다. 고민을 피하고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넘어간다. 로맨스 독자들은 이때 여주가 고민을 진지하게 해주길 원한다. 현 상태를 풀어써서 독자들도 아, 얘가 지금 이런 거구나 하고 공감하게 해줄 수 있길 원한다. 한 마디로 땅파야한다는 소리다. 그런 사람들에게 갈등도 고민도 피하고 싶어 하는 여주는 결코 환영을 받기 어렵다.
유민의 감정은 어느 정도 따라가기 쉽게 되어 있다.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극복도 적당히 풀어주었고, 영아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되는 장면도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깊지는 않다. 그저 몇 문장, 그저 몇 개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으니 독자들은 이 역시 에매하게 받아들이고 넘어갔을 것이다.
이런 세 사람이 사랑을 한다고 하니 감정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던 독자들은 마무리로 갈수록 점차 황당하고 어이 없어지지 않을까?
남녀의 사랑은 일종의 줄다리가 같은 것이라 힘의 균형이 누구에게 쏠리냐에 따라 글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보통의 로맨스는 여주나 남주 둘 중 하나에게 그 균형이 쏠려 글을 진행시킨다. 그런데 <러브크래프트>에서는 어중간한 심리의 세 명이 나와 글을 풀어가고 있으니 그 중 누구에게 초점을 맞춰야하는지 도통 모르는 독자들로써는 이 소설의 재미를 미처 느끼기도 전에 결말과 맞닿트리고 말았을 터이다.
작가는 굉장히 소탈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글도 그처럼 굉장히 현실적이고, 독특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신선했고, 새로웠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로맨스 독자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솔직히 이 글은 그녀의 로맨스에서의 첫권이라 다음 권을 보기 전까지 작가만의 특징을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만일 이런 식의 글을 계속 해서 써나간다면 로맨스 코드와는 미묘한 곳에서 어긋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쓰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다. 반대로 신선함을 지속할 수만 있다면 이런 문체와 스타일로 나가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그것 역시 이 작가의 고정적인 특징이 될 것이며, 나름의 독자층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니까. 대신, 전통 로맨스를 이런 식으로 쓸 생각이라면 그건 말리고 싶다. 그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두 발을 걸치고 서있는 것일 뿐, 이쪽도 저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제 무덤만 파게 될 테니까.
로맨스는 독자들에게 환상이다. 그 환상을 충족시키주는 것이 작가들이 할 일이다. 하지만 때로 이렇게 환상이 아닌, 현실에 지극히 충실한 글들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에게 <러브크래프트>는 꽤 신선하고 자극적인 글이었다. 작가의 다음 책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할만큼.
사족인데...조유민이 길 거리를 걸을 때 혹은 카페에 들어섰을 때 일반인들이 조유민을 알아보고 열광한다는 건 좀 오버였다. 게임방에서야 조유민을 신성시하는 아이들이 지천에 널려 있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게이머란 색다른 직업을 가진 어린애들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니까. 그 장르 안에서 보는 최고는 진짜 최고겠지만, 장르 밖의 인간들에게는 그들 역시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다.
디프네 저도 며칠전 이 책을 읽으려고 도전했다가 아직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책의 소재가 되는 게임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다..인물 캐릭터에 적응이 쉽사리 되지 않더라구요^^;; 2003-07-18
Junk 스타크를 모르는 사람이 읽을 때 어려울 수 있을 거다...란 부분에 대해서는 전에 웹에서 읽고 담당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별로 문제시하시지를 않더군요; 그 때 좀 더 강하게 말씀을 드려볼 것을...; 2003-07-20
정박사 아싸.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걸 원했어요!!!!! (아, 까페나 길거리에서는 제 경험담입니다. 임요환군과 어쩌다 같이 댕기다 보면 싸인열풍이;;;) 200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