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k paradise
- 라운지
- 30자평
글 수 1,220
근친에 대한 적나라한 공포
[+]
케이블에서 해준 걸 후반부 정도를 봤습니다. 최지우가 죽은 두 모자의 유골을 뿌려주면서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이럽니다. "내가 두 사람을 갈라놓은 죄책감이 들어. 다시 태어나면 어머니와 아들이 아니라 다른 관계로 태어나길 바래" 라고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홀어머니와 외아들의 끔찍한 관계, 최근 굳세어라 금순아에 보면 잘 나오죠. 오미자 씨가 아들 구재희에게 "나도 널 사랑해! 나야 금순이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라고 말하는 회차가 있었습니다. 역시 참 불쾌했어요.
이게 실제로 존재하는 일들이란 걸 알기 때문에 전 짜증이 납니다. 아들을 품에 안고, 며느리와 앙칼지게 싸우고, 주도권 싸움 하고, 고부 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는 근친에 대한 욕망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거랑 상관없는 소유권 전쟁일 수도 있지만. 암튼, 전 그래서 아들 결혼에 반대하는 시어머니라든가, 나냐, 그년이냐, 이런 식의 대사들이 나오면, 정말 소름과 함께 온몸에 불쾌감이 오싹하게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식의 갈등을 주구장창 써먹는 우리나라 드라마들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나라 부모들은 적당히 자식이 독립할 정도로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스템이 안되어 있으니까 괜히 상처받고, 싸우고, 욕하고, 그런 면도 좀 많은 거 같아서 가끔 안타까워요. 자식 덕 보고, 효도하고, 그런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늦게 철들게 만드는 건 부모의 치마폭 사랑이 너무 길기 때문이 아닌가, 한때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올가미가 실제로 있을 법한 사건이라는 게 실제에서도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더 소름끼치는 영화였습니다. 최지우의 마지막 대사 정말 압권이었어요.-_-
유달리 자식 사랑 강한 우리나라에서, 남편보다는 자식에게 기대와 사랑을 많이 주다 보니까..변질된 거 같아요.아무래도....사랑이 변질되면 사랑이 아니게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