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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조금 섞어서 1년만에 방청소 했습니다. 원래 정리가 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마음의 안정이 되질 않는 성격인데다가, 특유의 귀차니즘과 기타등등이 발현되어 버려서... -_-;


그런데 나날이 쌓여가는 책 때문에 결국 할 수 밖에 없게 되더군요, 청소기 세 번 돌리고, 책 하나하나 꺼내서 먼지 털고, 옷장 정리에 이불털기까지 하고 나니까 몇 시간이 지났습니다.

동생의 한 마디.

알바생 김군 :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이사온 다음에 한 번도 청소한 적 없지?

나 : (뜨끔) 그럴 리가.

알바생 김군 : ... 그럼 한 번 밖에 한 적 없던지.

나 : (더블로 뜨끔) 그럴 리가.

알바생 김군 : 어쨌든 청소 도왔으니까 오늘 저녁은 누님의 오징어 탕수육.

나 : 질렸다.

알바생 김군 : 군대에 있을 때도 그게 무진장 먹고 싶었단 말이야. 야채 깍둑썰기 해도 좋고, 아니, 건더기 없이 소스만 있어도 좋아. 그리고 오징어 튀김은 튀김기가 있잖아. 도대체 그 간단한 걸 왜 한 번도 안 해 줘? 면회 올 때 해 달라고 했더니 면회도 안 오고.

나 : 그거야 너 돈 부쳐주느라 차비가 없어서 그랬지.

알바생 김군 : ... 어. 미안.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튀김기를 꺼내어 오랜만에 오징어 탕수육을 해 보았습니다. 세상 좋아졌군요. 마트 생선 코너에서 오징어 다듬어 달라고 하면 다듬어 줍니다. (칼집 내 주려고 하길래 거절하고, 적당한 크기로 채 썰어달라고 애원했지요. 집에서 그거 하려면 피 볼 각오를 해야했기에...)

야밤에 오랜만에 둘이서 튀김을 먹으며 투니버스를 보는 기분도 괜찮았습니다. 동생 왈.

알바생 김군 : 이러고 있으니까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한 20년 같이 산 부부 같아.

나 : 튀김 기름 부어주랴?

알바생 김군 : ... 내가 잘못했어.

모처럼 평화로운 하루였습니다. (아무도 사고치지 않았고, 방도 정리했고, 아버님도 안 계셨고...)

그리고 달력을 뒤지다가 알아낸 희소식.

다음다음주에 증조할아버님의 제사가 있군요.

이제 어머님께 연락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저 생선 말릴 줄 몰라요... OTL)



리체

2004.11.01 01:13:53

우하하하..:)
백년해로하..;;;
후다닥~   [01][01][01]

수룡

2004.11.01 01:28:07

우와, 방청소하셨네요. 전 이 아파트로 이사온지 2년 넘었는데 아직 한 번도 안 했어요. (..그렇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건 없는데.. 힛힛;)   [01][01][01]

D

2004.11.01 12:16:33

하하.. 오늘도 이 글로 하루 기분 만땅 채웠습니다. 오징어탕수육 레시피 올려주세욤.   [01][01][01]

Miney

2004.11.01 14:51:42

어머님께서 돌아오시겠군요. ^^ 기쁜 소식이 아닐까나요. (두 달 있으면 주부 10년차이지만 저도 생선 말릴 줄 모릅니다;)   [01][01][01]

joung

2004.11.01 15:03:58

저도 방청소를 해야하는데...마음이 무겁습니다....(꼭 해야하는데..)
담에 해야겠습니다....부럽습니다....   [10][11][11]

릴리

2004.11.01 16:44:37

생선을 왜 말리시는건지.. 조기를 말리나요?
방청소는.. 요즘 우리집에, 친정엄마께서 생강가루를 만드신다고 저민 생강을 줄맞추어 늘어 놓으셨습니다. 따라서 깨끗한 위생을 염려하신 엄마가 맨날 청소를 하고 가신다는.. 당분간은 청소 걱정 없다는 거시지요. 더불어 매콤한 생강냄새를 맡아서인지 감기가 절로 낫는것 같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ㅡㅡ;;   [01][01][01]

코코

2004.11.01 22:41:16

생선 말리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보통 생선 손질하듯 손질하고서 소금물에 살짝 담갔다가 꺼내 볕에 말리시면 됩니다. 중간 중간 두어 번 뒤집어 주면 되구요. 저희 엄마는 비린내 제거하려구 소금물에 소주와 커피를 약간 넣으세요. 어딘가는 녹차를 넣어도 괜찮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구요. 어렵지 않으니 한번 해보셔도 괜찮으실 듯^^;   [06][04][02]

ciel

2004.11.01 23:43:57

코코/ 저희 어머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더랬죠. 그러나 저의 한 마디에 당장 올라오신다는 말씀을 하셨답니다.

'엄마. 뒤집을 사람이 없어. '

OTL
  [10][09][01]

코코

2004.11.01 23:50:21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당장 올라오실만 합니다^^;;;;   [0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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