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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를 없애면서 가져온 글입니다. (블로그 총칙이 마음에 안들어서 게시물 다 없애 버리고 편히 쓰던 모 처로 옮겼죠. 뭐, 별로 글도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네이버는 블로그 게시물을 완벽히 지울 수 없어서...;;;)
동생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저는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 에 반쯤 미쳐있었습니다. 그 구우 사마의 카리스마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게다가 전 아시오를 넘 좋아해서.
그래서 동생이 왔음에도 신경 따위는 전부 하레와 구우에 바치고 있었더니. 동생이 서운했던지 몇 마디 하다가 같이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기 시작했더랬죠...
그리고 디럭스 편을 막 보기 시작한 그 때.
동생 : 누님은 누가 마음에 드는 거야?
나 : 어. 굳이 들자면 아시오랄까. 뭔가 정상적으로 보이잖아. 하레는 너무 당해서 불쌍해 보이고. 아시오는 뭔가 이상적으로 정신적 균형을 잡고 있달까 어쨌달까. 넌?
동생 : 음. 딱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 없는데. 심히 공감 가는 캐릭터는 있어.
나 : 음? 누구?
동생 : 하레.
나 : 음? 왜?
그냥 지나가는 투로 물은 건데, 동생이 엄청 심각한 얼굴로 저를 뚫어져라 한 번 보더니. 입을 한 일 자로 다물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동생 : 구우.
... 그게 끝이더군요. 그치만 눈치 꽝인 저라도 그 심각한 얼굴로 뚫어져라 쳐다본 것의 의미가 어딘지 수상쩍다는 것은 압니다...
나 : 음?
동생 : 구우.
동생은 말을 아끼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그 '구우' 에 담겨있는 힘있는 대사.
나 : 구우가 어쨌는데?
동생 : 뭐. 구우란 거지. 구우.
... 장장 10여분간 목조르기를 가하면서도, 동생의 그 슬픈 듯한 체념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군요. (그래. 어디가 구우란 거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