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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이 손해보거나 남에게 면박당한 일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남에게 다다다다 쏘아붙인 일 같은 건
몇 년이 지나도 기억이 납니다.
요즘 저를 괴롭히는 건
추위를 뚫고 논현동에서 배달온 총각 앞에서 문을 쾅 닫아버린 기억.
정말 심했죠;;;
변명을 하자면 그 날 전 임신 막달+천식으로 반 죽어가고 있었고;;;
그 전단지가 우리 집 앞에 붙어있기에 전 당연히 집 근처겠거니 하고
전화를 했는데 배달주소를 물어보는 총각 말투에
무쟈게 날이 서 있었습니다.
(당연하죠, 논현동에서 올 생각을 했으니 얼마나 싫었겠어요)
잠시 쿨룩대다가 생각할수록 열받아서 다시 전화걸어 취소했는데
글쎄 이미 출발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왔더라구요...
근데 그 때까지도 아직 화가 안 풀려 있었고
이미 피자를 시켰던지라 못 받겠다고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죠;;;
집에 와 있던 여동생이 너무하다고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여러가지 알바를 해봤지만 난 절대 저런 식으로 한 적 없다 그랬더니
여동생 왈;
언니는 그랬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내가 그렇게 투덜대는 편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날도 추운데... 저 사람 착한 사람일 거다...라고 하더군요.
그제야 후회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습니다.
참,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못할 짓한 거잖아요.
나란 사람은 참...
몇 개월 흐른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그 날 그 총각, 부디 꿋꿋이 떨쳐버리고 잘 살고 있기를...ㅜ_ㅜ
이 악물고 성공하기를...
그 날 기억 이후 웬만하면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그 때까지의 저는 항상 어떤 기준을 두고 판단해왔었는데
그 '기준'이라는 게 얼마나 주관적이며 피상적인 것인지
그 날 이후로 절실히 깨달았거든요.
저는 추운 날 강남에서 강북까지 오토바이를 몰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 총각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그 뒤에 좋은 일들이 많았기를...
그냥 남의 돈 얻기가 쉽나 뭐, 하며 자기 위안을 하고 넘어갔죠. 또 워낙 기억력이 삼초인지라;;;;
아마 그 배달맨도 저처럼 다 잊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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