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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목차 | ||||||||||||
| 소개 |
| 날 담아. 내가 당신을 담은 것처럼 당신 시야에……. 이복동생의 남자 도하윤 이사, 그를 본 지 벌써 구 년이다. 그리고 지난 칠 년 동안 저치의 눈에 띄기 위해 머저리 같은 짓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는 셀 수도 없다. 틈조차 보이지 않던 도하윤이 먼저 다가왔다는 건, 빌어먹을 천재일우의 기회와 다름없다. 그것이 그의 정부가 되라는 제의라 하더라도. 나 예뻐? 무슨 짓을 벌여 놔도 미워하지 않을 만큼……. 악성 루머의 중심에 있는 여자, 송해주. 사진 속 여자는 예뻤다. 실물은 훨씬 더 예뻤다.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적당히 이용만 하다가 버리면 그만이다. 그 화려한 이력에 비하면 이 정도는 우스운 터라 그녀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녀에 대해 어떤 정의도 내리지 못했다.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그녀에게 미친 거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동거를 시작한 두 남녀 같은 곳에서 다른 꿈을 꾸다. 박지현 「되돌아온 사랑」,「해바라기」,「상처」,「지독한 사랑」,「관계」출간 「the end. and」끼적이는 중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천성이 게으름뱅이라 손이 머리를 따라가 주지 않음. 순이닷컴과 정크 파라다이스에 비비적대고 있으나 본가는 작은 아씨들 http://www.cuteluv.net |
| 목차 |
| Glimpse Stand by Start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The end 동상이몽을 마치며 사진 속 여자는 예뻤다. 머리 길이가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 없었고, 어떤 사진에서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가냘프고 청초해 보이다가도 어떤 사진에서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나른한 시선을 보내는 도발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또 어떤 사진은 그녀에 대해 적힌 내용과 딱 어울릴 정도로 퇴폐적이었다. 아니, 사실 실물도 빼어났다. 눈에 담지 않으려 해도 그녀는 눈에 들어왔다.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혹은 자신의 곁에 선 뭇 남성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곁눈질 한 번 안 던진 건 그녀를 둘러싼 지저분한 소문과 그것을 입에 담은 사내들의 음담패설보다 더 추잡스런 농담 때문이었다. 송예진의 조카로 가끔 광고나 사진작가의 개인 모델로 소일함. 가끔 서원 재단 강성준 이사장과 호텔 투숙. 그룹 섹스를 즐기기도 하고, 하루에 두세 명의 남자를 번갈아 가며 만나 즐기기도 함. 최근 터진 섹스 스캔들 때문에 촬영했던 광고 회사에 계약금을 변상해 줘야 함. 괜히 건드리는 건 아닐까? 하윤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좀 더 짙어졌다. 간략하고 깔끔하게 추려 낸 송해주의 이력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꾸며진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물론 꾸며 낸 게 있다면 말이지만. 어쨌건 온통 추잡스러운 얘기뿐이라 눈을 씻어 내고 싶었다. 자신의 주변에 아무리 쓰레기처럼 쾌락만 쫓는다고 해도 송해주처럼 노는 인간은 없었다. 이게 다 사실이라면 도하윤은 상종해서는 안 될 것을 상종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를 진창에……, 아니 시궁창에 빠뜨리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섣불리 건드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생긴 게 아깝다. 하윤은 사진이 아닌 여자의 실물을 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찌푸렸던 미간을 풀며 여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칼을 대지 않은 것 같은 얼굴은 정확히 달걀형이었고, 시원스러운 쌍꺼풀 아래 또렷한 갈색 눈동자는 가지런한 모양새로 길게 뻗은 속눈썹에 둘러싸여 있었다. 코는 적당히 높았고, 분홍빛 입술은 촉촉해 보였다. 자신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서 한 패거리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여왕 흉내를 내고 있는 여자는 꽤나 차갑고 도도한 태도를 보이며 우아를 떨고 있었다. 걸치고 있는 옷은 유명 디자이너가 세상에 단 한 벌만 내놓은 탓에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가격이었다. 따라서 엔간하면 부티가 제대로 날 텐데, 여자와는 전연 어울리지 않아 그저 그런 기성복으로 보였다. 아니 사실 그렇게라도 보이면 다행이라는 게 더 정확했다. 게다가 저 여자는 재벌 2, 3세들과 호텔에서 그룹으로 놀아났다는 난잡한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그런 주제에 도도한 여왕 흉내라니,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하윤의 흥미를 자아냈다. 어떻게 한다? 하윤의 잘생긴 이마가 다시 살짝 찌푸려졌다. 곤란했다. 배수의 진을 친 것도 아닌데 난감했다. 아니 어쩌면 배수의 진인지도 모른다. 이제 슬슬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며 자신을 압박해 오는 부모님은 길게 생각할 거 없이 이은과 혼인을 올리라는 엄명을 내렸다. 게다가 올해가 지나가기 전이라는 기한까지 정해서 말이다. 하지만 강이은은 동생이었다. 무려 십오 년을 알아 온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그런데 결혼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래서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자신의 의견은 묵살당했다. 부친이 너무 완고하게 나온 탓에 말이다. 그러던 찰나 며칠 전 밤이 깊은 시각에 이은이 찾아왔다. 그녀는 울며불며 송해주와 자신의 부친인 강성준이 아무래도 수상한 관계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냐고 한바탕 난리를 피웠고, 그런 이은을 달래던 중에 말도 안 되는 계획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알아서 이 일을 처리하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이은을 간신히 달래 돌려보냈다. 그렇게 상대를 안심시켜 놓은 주제에 막상 이것저것 재고 따져 보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했다. 뭐 결혼하겠다는 건 아니잖아? 적당히 이용만 하다가 버리면 그만 아니야? 피식 웃음을 머금고 하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맞다, 그냥 이용만 하고 버리면 그만이다. 여자의 생김으로 뭐 그 정도는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았다. 그 화려한 이력에 비하면 이 정도는 우스운 터라 그녀의 얼굴에 그다지 먹칠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더 이상 재고 말 것도 없었다. “물이 엉망이군!”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송해주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다가선 하윤이 첫마디를 꺼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주를 둘러싼 남자 몇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기는 게 눈에 들어왔다. 도하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도망치는 남자들의 머릿속에는 하나같이 그런 생각이었다. 대하기 편한 상대도 아니었고, 괜스레 말 한마디 잘못 건넸다가 그의 차가운 눈빛에 꽝꽝 얼어 버릴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자리를 뜨는 남자들에게도, 하윤에게도 해주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선을 아래로 향해 그 긴 속눈썹으로 그녀의 눈동자를 가려 버렸다. “그렇죠. 물이 아주…….” 곧 부드럽게 받는 말이 들려왔다. “아주 안 좋아졌죠?” 말끄트머리는 완연한 이죽거림이었다. 빙긋 웃는 모양을 한 해주의 입술 선을 바라보던 하윤이 눈길을 들어 올리자 냉랭한 시선이 잡혔다. 맑은 갈색 눈동자는 너무 투명한 나머지 녹색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생경함에 미처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원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이니까.” 하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은 사실 이미 흐트러진 정신 상태에서 간신히 나왔다는 것을 말이다. 빌어먹을! 겨우 시선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정신이 흐트러졌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겨우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흐려지는 곳이라면…….” 해주가 피식 웃었다. “원래 흙탕물이라는 말이겠죠?” 하윤은 조롱하는 말을 끝으로 몸을 돌리는 해주의 팔목을 붙잡아 돌려세웠다. 언짢은 표정으로 그의 손을 바라보는 송해주가 시야에 잡혔다. “아직도 할 말이 남으셨습니까?” 자신의 손을 뿌리치며 해주가 쌀쌀맞게 물었다. “정작 할 말은 시작도 못 했어.” 몇몇 호기심 어린 시선이 멈춰 서는 바람에 하윤의 기분이 언짢아졌다. 하윤이 얼굴을 찌푸리자 미간에 깊게 골이 파였다. 송해주의 시선엔 의아함이 가득했다. 웬일로 상대해 주냐는 뜻이겠지. “초면인 그쪽과 저는 굳이 할 말과 들을 말이 있을 리 없는데요?” 도전적인 투로 단언한 해주가 가볍게 목례를 하더니 아까처럼 다시 도하윤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하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별별 수단을 쓰던 여자치고는 말이다. 도하윤의 미간에 골이 좀 더 깊어졌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 할 말이 있다는 뜻을 정확히 비친 하윤은 자신의 곁을 지나치는 송해주의 손목을 다시 붙잡았다. 그들이 초면이라는 해주의 말은 만불성설이다. 드물게 하윤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두 사람은 늘 마주쳤다. 송해주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그에게 몸을 날린다든가, 들고 있던 잔을 실수인 척 쏟아 낸다든가 하는 식의 쇼를 벌여 자신의 주의를 끌어 댔는데 이제 와서 자신을 모른다면 그게 거짓이다. 그러고 보니 살짝 그녀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 아무래도 오늘도 술에 취해 비틀거릴 생각이었나 보다. 하윤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해주의 손목을 움켜쥔 팔에 저도 모르게 힘을 실었다. 꽤 아프게 움켜쥐었는데 그녀는 얼굴을 한 번 찡그렸을 뿐 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놓으세요.” 하지만 곧 손목을 비틀더니 하윤의 손아귀에서 쉽게 빠져나왔다. 그리고 탁탁 먼지 털 듯 그의 손길이 닿았던 부분을 털어 냈다. 그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하윤은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자꾸 도망가 버리면 일을 진행시킬 수가 없잖아?” “일이요?” “할 말이 있어!” 해주가 말꼬리를 잡자 하윤이 바르게 정정했다. “들을 말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말장난 할 생각 없는데? 정 불편하다면 여기에서도 괜찮고.”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끝을 길게 끌며 말을 맺은 하윤이 여유롭게 웃었다. 자리를 옮겨 이야기하자는 말을 돌려 표현한 것이었다. “따라오세요.” 하윤을 잔뜩 노려보던 해주가 들어 올린 백기에 하윤이 씩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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