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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목차 | ||||||||||||
| 소개 |
| 내게로 와줘. 그리고 내 사랑이 되어줘. 더 이상 너를 좇아 달려가지 않아도 되도록, 어떻게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시간에서 무력하게 늘어져 있지 않도록, 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나에게 와서 내 사랑이 되어줘. “끝까지 너를 사랑하겠다는 약속 따위 하는 게 아니었어. 말이 씨가 된다더니, 아직도 이러고 있잖아.” 너를 만나고부터 나의 시계는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너를 처음 만난 해, 너에게 처음 입맞춤을 했던 해, 너와 결혼했던 해…. 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기에 신세계, 너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라 믿었다. 나는 안다. 너를 떠난 후 나는 북극성을 잃어버린 배처럼 방황하다 결국 가라앉을 거라는 것을. 불행하고 불행해서 너에 대한 원망이 쌓여가 떠나기를 결정했으면서도 북극성이 돌아오길 기다릴 거라는 걸. 그리고 나는 안다. 나의 북극성이 돌아오면, 오랫동안 비틀거리던 인생의 시계도 규칙적인 똑딱거림을 재개할 것이라는 걸. 목적지와 방향 없이 흐릿해졌던 지도에 선명한 범례가 자리를 잡을 거라는 것을…. 깊어가는 가을, 당신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줄 단 하나의 소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단지 2년뿐이라고도 하지만 여기에 평생을 서로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서로가 사랑임을 몰랐던 시절부터 시작된 사랑. 그리고 끝난 줄 알았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던 그들의 사랑. 풋사랑으로 시작해 그들의 사랑이 여물기까지, 그 어렵고도 험난하며 또한 아름다운 사랑이 <가을, 야상곡> 안에서 잔잔하게 그려진다. 주인공 지훈은 왜 서영을 사랑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길 잃은 여행객이 북극성을 보고 길을 찾듯 열세 살, 그날 이후부터 그녀 하나만을 바라보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서 서영을 빼앗아 간다는 것은 해바라기에게 해를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자신의 살을 도려내듯, 그토록 아프게 사랑했던 그녀를 잘라낸다. 오직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이 작품은 남녀 주인공, 각각의 심리 상태를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수작이다. 국내 로맨스에선 보기 드물게 남자 주인공의 심리에 독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살아 있는 듯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운율감이 느껴지는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인물들의 내면 깊숙이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벼운 읽을거리들의 홍수 속에서 <가을, 야상곡>은 올가을 최고의 로맨스 소설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김세희 내면을 파고드는 섬세한 필치로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가 김세희. 시의 운율을 짚어내듯 리듬감 있는 문체와 생생한 인물의 심리 묘사는 독자들을 어느 순간 그녀만의 작품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강렬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시스템 개발자로 일하면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는 <사기꾼>, <겨울, 요하네스버그>, <집착>을 출간했으며, 현재 <여름, 감각의 계절>과 <레퀴엠>을 집필 중에 있다. E-mail: hannak@gmail.com |
| 목차 |
| “지훈아, 나 있지…….” “응.” “생각해 봤는데, 나 너만 있으면 울어.” 할 말을 잃은 그는 발끝을 쳐다보던 시선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나 오늘 아침에도 울었어. 이것 봐, 눈 잔뜩 부었어.” 트랙, 플랫폼, 기다리는 사람들, 상점, 아무것도 자세하게 보이지 않았다. 서영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알고 두려워 떠는 그의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너에게 기대려고 했던 거 알아. 지금도 네가 옆에 있는 거, 내가 부탁해서 고집 부린 것도 알아. 그런데 너 보는 날은 꼭 울어. 잘하고 있어도 마음이 아프거든.” 울음이 전해져 왔다. 처연한 야상곡에 어울릴 만한,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스쳐가는 바람소리로 들릴 만한 흐느낌 소리. “나 좀 행복해지고 싶어서 너한테 부탁 하나 하려고 해.” “…….” “나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데로 너 가버렸으면 좋겠어. 나 결혼하고, 나이 좀 들어서 행복해질 때까지 너 안 봤으면 해.” 듣고 싶지 않았던 부탁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사랑하는 이가 아무리 간절히 원하는 소원이라도 그것만은 약속하고 싶지 않았다. 모범적인 사랑은 하지 못하는 그니까. “나 그냥 남들 하는 대로 편하게 살래. 억지 써서 아파하고 싶지 않아. 이 나이에 매번 우는 것도 그만두고 싶어.” “서영아…….” “그냥 이런 거 바랐나 봐. 있지, 너 한번 훔치는 걸로 복수 비슷하게 하고, 내가 결정해서 끝난 걸로 기억하고 싶은 유치한 생각. 소원 푼 걸로 하고 잊어버릴래.” 그에게서 버림받았던 과거를 되갚아 주는 복수였다. 그를 빼앗아 간 주연에 대한 복수이기도 한 것 뼈저리게 잘 안다. 그런 식으로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끝맺었다는 것도 이해했다. 그렇지만 두 눈을 꼭 감고, 두 귀를 막고 서영에게 매달린 지난 이틀 동안 지훈은 수치 따위는 잊었다. 서영에게는 이별여행이었을지 몰라도 그는 이미 선을 넘어버렸다. 손 내밀 수 없었던 사람을 안아버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부탁은 들을 수 없다. “가지 마.” 물러서는 서영을 고집스럽게 잡아 쥐고 떼를 부렸다. “붙잡아 줘서 고마운데, 가야 할 거 같아. 지금 안 가면 나 평생 울보짓 할 거야.” 일그러진 높낮이의 말씨와 부자연스런 미소로 서영이 이별을 고해 왔다. “혼자 잘할 테니까 돌아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난 죽었다고 생각해 줘. 또 마주치면 나 화낼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서영은 떠나가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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